봉지과자 연대기 3
꼬깔콘 : 열 손가락에 피어나는 바삭한 왕관
꼬깔콘은 그 이름처럼 입체적입니다. 납작하거나 길쭉한 다른 과자들과 달리, 세상을 향해 뾰족하게 솟아오른 원뿔형의 자태는 우리를 동심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봉지를 뜯는 순간 풍기는 구수한 옥수수 찜의 향기는 마치 시골 장터의 가마솥 옆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꼬깔콘은 두께감이 있습니다. 얇게 펴진 콘칩이 부드러운 파열음이라면, 꼬깔콘은 "와드득" 하는 묵직한 타격감을 선사하죠. 옥수수 반죽을 튀겨낸 뒤 거칠게 입혀진 소금과 시즈닝은 혀에 닿는 순간 짭짤한 자극을 주고, 씹을수록 옥수수 특유의 묵직한 단맛이 올라옵니다.
무엇보다 꼬깔콘의 백미는 그 '공간'에 있습니다. 원뿔 안쪽의 텅 빈 공간 덕분에 입안에서 부서질 때 공명이 생겨 더 경쾌하게 느껴지죠. 다 먹고 난 뒤 입천장에 살짝 남는 그 거친 질감마저도 꼬깔콘이 남기는 훈장처럼 느껴집니다.
꼬깔콘은 게임을 시작하기 전이나, 밀린 드라마를 몰아보기 직전에 가장 어울립니다. 본격적인 즐거움에 빠지기 전, 내 감각을 예리하게 깨워주는 '오프닝 스낵' 역할을 톡톡히 하거든요.
특히 시험 공부를 하다가 혹은 원고를 쓰다가 막다른 길에 다다랐을 때, 꼬깔콘 봉지를 뜯어보세요. 손가락에 과자를 하나씩 끼우는 단순한 동작은 경직된 사고를 유연하게 풀어주는 훌륭한 스트레칭이 됩니다.
뾰족한 과자 끝을 보며 "그래, 내 문장도 이렇게 날카로워야지"라고 다짐하며 한 입 베어 물면, 다시 시작할 에너지가 생겨납니다.
꼬깔콘은 절대 엄숙하게 먹어서는 안 됩니다. 함께 손가락에 꼬깔콘을 끼우고 "마녀 손톱!"이라며 장난칠 수 있는 사람과 먹을 때 가장 맛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열 손가락에 과자를 끼우고 서로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웃을 수 있는 친구, 혹은 까르르 웃는 아이와 함께 하나씩 나눠 끼우는 그 순간. 꼬깔콘은 과자가 아니라 소중한 '놀이'가 됩니다.
"누가 더 뾰족한가"를 겨루며 유치한 장난을 칠 때, 그 웃음소리는 꼬깔콘의 고소함을 배가시키는 마법의 조미료가 됩니다.
꼬깔콘은 먹는 방식도 참 다양합니다. 손가락에 끼워 하나씩 빼 먹는 '정석파', 손가락에 낀 채로 끝부분만 조금씩 갉아 먹는 '치밀파', 그리고 그냥 봉지째 털어 넣는 '효율파'.
우리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도 꼬깔콘의 입체적인 모양처럼, 어느 각도에서 읽어도 맛깔나고 손가락에 끼워보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길 바랍니다. 때로는 날카롭게 찌르고, 때로는 고소하게 감싸 안는 그런 입체적인 문장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