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지과자 연대기 2

콘칩 : 황금빛 옥수수가 선사하는 바삭한 햇살

by 아까그놈

콘칩은 과자계의 '햇살' 같은 존재입니다. 봉지를 열면 퍼지는 진한 옥수수의 고소함은 마치 갓 구운 빵집 앞을 지날 때처럼 코끝을 기분 좋게 간지럽히죠. 얇고 넓게 펴진 그 곡선의 자태는 보는 것만으로도 풍성한 만족감을 줍니다.


콘칩의 진가는 그 '얇음'에 있습니다. 입안에 넣는 순간, 혀 위에서 부드럽게 안착하다가 어금니가 닿는 찰나 "파사삭!" 하고 수십 개의 조각으로 흩어집니다. 새우깡이 단단한 리듬이라면, 콘칩은 경쾌한 현악기의 떨림과 같죠.


표면에 정교하게 뿌려진 초록색 파슬리 가루와 하얀 시즈닝은 시각적인 즐거움과 함께, 고소함 뒤에 숨은 미묘한 달콤함과 짭짤함의 균형을 잡아줍니다.


씹을수록 입안 가득 퍼지는 옥수수의 구수한 풍미는 마치 가을날의 황금빛 들판을 한입 베어 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다 먹고 난 뒤 봉지 바닥에 남은 자잘한 부스러기들을 탈탈 털어 입에 넣는 그 순간이 콘칩 여정의 정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콘칩은 일요일 오후 3시, 거실 깊숙이 햇살이 들어와 방안이 평온해질때 가장 맛있습니다. 점심은 배불리 먹었고, 낮잠을 자기엔 시간이 아까워 꾸벅꾸벅 졸음과 싸우고 있을 때죠.


그때 봉지를 뜯어 콘칩 하나를 입에 넣으면, 그 경쾌한 파열음이 정신을 번쩍 깨워줍니다.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옛날 영화나 재방송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무의식중에 하나씩 집어 먹다 보면, 어느새 비어버린 봉지와 함께 주말의 나른함도 기분 좋게 해소됩니다. 콘칩은 지루한 휴식에 활력을 불어넣는 '오후의 연료'입니다.


콘칩은 격의 없는 친구와 침대에 걸터앉아 수다를 떨 때 진가를 발휘합니다. 콘칩은 입안을 가득 채우는 부피감 덕분에 대화의 빈틈을 메워주기에 아주 적절하거든요.


친구와 함께 커다란 '대용량 콘칩' 봉지를 가운데 두고, 손을 바삐 움직이며 서로의 고민이나 최근의 가십을 나눌 때 콘칩의 고소함은 이야기에 윤기를 더해줍니다.


"야, 그거 진짜야?"라고 되묻는 순간에도 손은 멈추지 않죠. 손가락에 묻은 노란 가루를 신경 쓰지 않고 깔깔거리며 웃을 수 있는 사이, 그 편안한 관계가 콘칩의 맛을 완성하는 최고의 시즈닝입니다.


가끔 콘칩 봉지 안에서 유독 시즈닝이 잔뜩 묻어 진한 노란색을 띠는 '럭키 조각'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그 조각을 발견했을 때의 작은 희열은 소소한 복권 당첨과도 같죠.

우리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 속에서도 독자들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그런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길 바랍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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