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당신의 가식을 가려주는 1g의 안식처

by 아까그놈

나는 당신의 자유를 가두는 단순한 가리개가 아니라, 세상으로부터 당신의 진짜 표정을 격리해 주는 ‘심리적 방폭벽’이다.

사람들은 나를 미세먼지나 바이러스를 막는 용도로 쓰지만, 사실 당신이 내 뒤에서 가장 먼저 차단하는 것은 타인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무표정의 진실’이다. 나는 당신이 사회적 미소를 짓느라 경련을 일으키던 입 주변 근육에 선사하는 유일한 휴식처다.

나의 지독한 이중성은 ‘소통을 위해 쓰지만, 불통을 위해 즐긴다’는 데 있다. 당신은 나를 쓴 채 눈으로는 상냥한 인사를 건네지만, 가려진 입으로는 낮은 신음이나 욕설을 내뱉는다.


밖에서는 예의 바른 시민의 얼굴을 하고 있어도, 내 안감은 당신의 냉소적인 혼잣말과 비릿한 한숨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다. 결국 마스크는 당신을 보호하는 장비인 동시에, 당신의 가식적인 눈웃음이 탄생하는 ‘위선의 인큐베이터’이기도 하다.


결국 나는 당신에게 ‘안전’이라는 명분을 주고, 그 대가로 타인과의 진실된 연결을 유예하게 한다. 나를 쓴 당신은 어디서든 당당해 보이지만, 사실은 얼굴을 드러낼 용기를 숨긴 채 ‘하얀 천 조각’뒤로 비겁하게 숨어든 도망자일 뿐이다.


[오늘의 의미]
얼굴의 절반을 가리고 얻은 평온함이 당신의 진짜 평화라고 믿지 마세요. 그것은 타인과 마주할 용기를 잠시 유예한 ‘불완전한 휴전’일 뿐입니다.

오늘 마스크를 벗으며 해방감을 느꼈다면 기억하세요. 당신이 가리고 싶었던 것이 정말 외부의 유해 물질이었는지, 아니면 누군가에게 들키기 싫었던 ‘차가운 진심’이었는지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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