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의 발을 감싸는 친절한 신발이 아니라, 중력을 거슬러 자존심을 끌어올리는 ‘강제 신장 연장기’다.
사람들은 나를 패션의 완성이라 부르지만, 실상은 1cm의 우월함을 위해 온몸의 하중을 앞꿈치에 몰빵(?)하는‘고도의 자학 예술’에 가깝다.
나의 지독한 이중성은 ‘자신감을 세워주는 대가로 당신의 관절을 갉아먹는다’는 데 있다. 밖에서는 런웨이를 걷듯 당당한 공주님을 흉내 내지만, 보도블록 틈새를 지날 때의 당신은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는 초식동물일 뿐이다.
내 안쪽 바닥면은 당신이 억지로 참아낸 식은땀과 "당장 집에 가고 싶다"는 절박한 진심이 새겨진 눅눅한 고통의 기록장이다.
결국 나는 당신에게 ‘황금 비율’이라는 환상을 주고, 그 대가로 자유로운 보폭을 압수한다. 나를 신은 당신은 누구보다 높이 서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까치발을 든 채 언제 넘어질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자발적 고문 피해자’일 뿐이다.
[오늘의 의미]
뒷굽의 높이가 당신의 품격을 증명한다고 착각하지 마세요. 그것은 타인의 시선이라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버티기 위한 ‘위태로운 수직 고립’일 뿐입니다.
오늘 구두를 벗어 던지며 발가락을 꼼지락거릴 때의 쾌감을 기억하세요. 당신이 지키고 싶었던 게 정말 훤칠한 실루엣이었는지, 아니면 남보다 높아야 한다는 ‘마음의 결핍’이었는지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