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키

당신의 품격을 대신 증명하는 '금속 신분증'

by 아까그놈

나는 단순히 차 문을 여는 도구가 아니라, 당신의 재력을 단번에 상정하는 ‘압축된 권력의 상징’이다.

카페 테이블 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놓여야 비로소 내 진짜 기능이 작동한다. 나는 주인이 입을 열어 자기 자랑을 하는 수고를 덜어주는, 세상에서 가장 오만한 ‘무성 영화 대변인’이다.

나의 이중성은 ‘당신을 돋보이게 하되, 동시에 나의 노예로 만든다’는 데 있다. 당신은 나를 쥐고 세상의 주인공인 척 거들먹거리지만, 실상은 주차장 구석의 본체(자동차)에 흠집이라도 날까 노심초사하는 ‘고급 경비원’일 뿐이다.


외제차 마크를 흔들며 여유로운 척해도, 머릿속으론 다음 달 할부금과 보험료를 계산하며 마른침을 삼키는 당신의 소심함을 나는 알고 있다.


결국 나는 당신에게 ‘성공’이라는 훈장을 빌려주고, 그 대가로 소박한 일상을 저당 잡는다. 테이블 위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나를 보며 사람들이 감탄할 때, 정작 당신의 자아는 내 로고 뒤로 숨어 점점 작아지고 있다.


[오늘의 의미]
손바닥만 한 로고가 당신의 가치까지 결정한다고 믿지 마세요. 그것은 타인의 부러움을 사기 위해 매달 지불하는‘비싼 월세형 자존감’일 뿐입니다.

오늘 차 키를 내려놓으며 묘한 우월감을 느꼈다면 생각해보세요. 당신이 손에 쥔 것이 정말 세상을 달릴 자유인지, 아니면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스스로 채운 ‘번쩍이는 수갑’인지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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