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우는 식당에 앉아 젓가락의 위치를 조정한다. 테이블 가장자리로부터 정확히 3.5센티미터. 왼쪽 젓가락과 오른쪽 젓가락 사이의 간격은 0.5센티미터. 수평계가 없어도 그는 안다. 지금 이 각도가 지구의 지축과 평행하지 않다는 것을.
그의 눈은 저주받은 자의 도구였다. 길을 걷다 보도블록의 어긋난 틈을 보면 발목이 시큰거렸고, 넥타이가 왼쪽으로 1도 기운 행인을 지나칠 때면 숨이 막혔다.
세상은 온통 비대칭의 전시장 같았다. 사람들의 얼굴조차 왼쪽 눈이 조금 더 크거나 입꼬리가 한쪽만 올라가 있었다. 진우는 그 불균형을 견디지 못해 자꾸만 눈을 감았다. 감은 눈꺼풀 안쪽에서만 비로소 완벽한 어둠의 대칭이 이루어졌다.
아홉 살의 여름, 거실 한복판에서 부모님이 서로를 향해 고함을 지르던 날이었다. 아버지가 던진 크리스털 화병이 바닥에 부딪히며 비명 같은 소리를 냈다. 유리 파편들은 기하학적인 규칙 따위 무시한 채 사방으로 튀었다.
진우는 무릎을 꿇고 앉아 그 파편들을 모았다. 왼쪽에는 뾰족한 조각 셋, 오른쪽에도 뾰족한 조각 셋. 하지만 아무리 맞춰봐도 원래의 매끄러운 곡선은 돌아오지 않았다.
가족이라는 이름의 대칭이 영원히 깨져버린 순간이었다. 그날 이후 진우는 흩어진 것들을 다시 맞추고, 어긋난 것을 수직으로 세우는 일에 생을 바치기로 했다. 그것이 그가 세상을 통제하는 유일한 방식이었다.
진우의 직업은 박물관 유물 복원가다. 흙먼지 속에 파묻혀 형태를 잃어버린 과거를 다시 '온전하게' 만드는 일. 오늘 그의 책상 위에 놓인 것은 삼국시대의 백자 병이었다.
문제는 그 병의 형태였다. 고대 도공의 의도였을까, 아니면 가마 안의 뜨거운 열기 때문이었을까. 병의 목은 아주 미세하게 오른쪽으로 휘어 있었다. 그것은 결함이 아니라 그 자체로 자연스러운 곡선이었지만, 진우에게는 참을 수 없는 도발이었다.
"이건... 틀렸어."
진우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복원용 점토를 덧칠해 휘어진 목을 똑바로 세우고 싶다는 충동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시각적 불균형은 곧 신체적 통증으로 이어졌다. 왼쪽 어깨에 수 톤의 하중이 실린 듯 짓눌리는 압박감이 느껴졌고, 심장은 비대칭적으로 박동하며 갈비뼈를 때렸다. 식은땀이 복원용 정(釘)을 쥔 손바닥을 적셨다.
그는 헛구역질을 하며 의자를 뒤로 밀었다.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수직선과 수평선이 교차하며 비대칭인 유물을 난도질하고 있었다. "똑바로 세워야 해. 그래야 숨을 쉴 수 있어." 하지만 그것은 역사를 조작하는 일이었다. 강박과 윤리 사이에서 진우의 정신은 팽팽하게 당겨진 실처럼 끊어지기 직전이었다.
정신없이 박물관 밖으로 뛰쳐나온 진우의 머리 위로 비가 쏟아졌다. 그는 벤치 옆 물웅덩이 앞에 멈춰 섰다. 웅덩이 위로 자신의 모습이 비쳤다.
평소라면 머리 가르마의 비율을 따졌을 테지만, 비가 내리며 수면을 때릴 때마다 그림자는 사정없이 일렁였다. 웅덩이 속의 진우는 왼쪽 어깨가 치솟았다가 오른쪽 얼굴이 뭉개지기를 반복했다. 기괴하고 추한, 완벽한 비대칭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그 일렁이는 불균형을 보고 있자니, 가슴을 옥죄던 통증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고정된 대칭은 죽음과 닮아 있었다. 변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으며, 숨 쉬지 않는 것들. 반면 빗물에 씻기며 비틀거리는 그림자는 살아 있었다. 그것은 정답이 없기에 자유로웠고, 부서지고 있기에 존재하고 있었다.
진우는 손을 뻗어 물웅덩이를 휘저었다. 대칭의 축이 산산조각 났다. 그는 처음으로 일그러진 세상을 향해 웃음을 터뜨렸다.
다시 복원실로 돌아온 진우는 백자 병 앞에 섰다. 그는 더 이상 점토로 병의 목을 바로잡지 않았다. 대신, 깨진 틈새를 메우는 금사(金絲)를 꺼냈다.
그는 휘어진 곡선을 그대로 둔 채, 상처 난 자리에 금빛 실을 채워 넣었다. 왼쪽의 금선은 짧고, 오른쪽의 금선은 길었다. 불균형한 황금빛 줄기들이 병의 몸통을 타고 흘러내렸다.
작업을 마친 진우는 붓을 내려놓았다. 책상 위의 핀셋은 어질러져 있었고, 의자는 삐딱하게 놓여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것들을 정리하지 않았다. 창밖에서 불어온 바람에 금빛 실이 반짝였다.
그는 이제 안다. 세상은 반으로 접히지 않기에 아름답다는 것을. 진우는 처음으로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 비뚤어진 의자에 몸을 깊숙이 기댔다. 창문 너머, 대칭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무성한 나뭇가지들이 바람에 자유롭게 흔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