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을 닫는 소리가 복도에 무겁게 울린다.띠리릭, 툭.잠겼다. 분명히 잠겼다. 하지만 도준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려던 손가락을 멈춘다.
'정말 잠겼나? 도어록의 숫자가 완전히 꺼지는 걸 내 눈으로 확인했나?'
불안은 점막을 타고 올라오는 쓴물처럼 순식간에 전신으로 퍼진다. 그는 다시 문 앞으로 돌아간다. 손잡이를 당겨본다. 단단히 잠겨 있다. 하나, 둘, 셋. 숫자를 세며 손잡이를 세 번 흔든다.
다시 돌아선다. 세 걸음.
'방금 흔들 때 손잡이가 아주 미세하게 덜컹거리지 않았나? 건전지가 다 된 건 아닐까?'
결국 그는 다시 문을 연다. 도어록을 초기화하고 비밀번호를 다시 누른다. 이 과정을 반복하는 동안 도준의 시계는 무정하게 흐른다.
그는 매일 아침, 어제 잠갔어야 할 문을 오늘 다시 잠그느라 미래로 나아가지 못한다. 출근길의 그는 언제나 과거에 발목이 잡힌 유령 같다.
도준의 직업은 보안 업체 CCTV 관제 요원이다. 수백 개의 화면을 응시하며 타인의 안전과 '이상 없음'을 확인하는 일. 그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화면 구석의 그림자 하나도 놓치지 않는 베테랑이지만, 이 직업은 그의 병을 지독하게 부추긴다.
"3번 구역 통로, 이상 무."
입으로는 보고하지만 속으로는 비명이 터진다. '이상 무'라고 말하는 순간, 정말 이상이 없는지 다시 확인해야 한다는 갈증이 목을 조른다.
확인 강박이 극에 달하면 그는 신체적 환각을 겪는다. 멀쩡히 꺼져 있는 집안의 가스 밸브에서 푸른 불꽃이 솟구치는 환영이 보이고, 코끝에는 유독가스의 탄내가 진동한다.
심박수는 140을 넘나들고, 손바닥은 식은땀으로 젖어 마우스가 미끄러진다. 그는 화면 속의 평온함을 믿지 못해 자신의 눈알을 뽑아내고 싶을 만큼 강렬한 불신에 시달린다.
스마트폰 갤러리는 이미 수백 장의 가스 밸브와 현관문 사진으로 가득 찼지만, 도준은 이제 그 사진 속의 날짜와 시간이 조작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마저 품게 되었다.
더 이상 자신의 뇌를 믿을 수 없게 된 어느 날, 도준은 스스로 이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떨리는 손으로 검색창에 '기억'과 '기록'이라는 단어를 쳤고, 시 외곽에 위치한 낡은 중고 서점 [기록의 보관소]를 찾아냈다.
그곳은 질서 정연한 대형 서점과 달랐다. 책들이 분류 기호도 없이 제멋대로 쌓여 있는 무질서한 모습에 도준은 숨이 가빠왔다. 당장이라도 저 책들을 크기순으로 정리하고 싶은 충동이 일던 그때, 구석진 서가에서 낡은 수첩에 무언가를 빼곡히 적고 있는 노인을 발견했다.
노인의 수첩에는 '창문을 닫음', '약 먹었음' 같은 일상의 확인 사항들이 적혀 있었다. 도준은 동질감을 느끼며 홀린 듯 물었다.
"그렇게 적어두면... 정말 안심이 되시나요? 전 적어둬도 그 글자를 믿지 못하겠거든요."
노인이 고개를 들어 도준을 바라보았다. 돋보기 너머의 눈이 부드럽게 휘어졌다.
"아니, 난 적어둔 걸 잊어버리려고 적는 거라네. 기록은 '보관'이 아니라 '방출'이지. 이 종이 위에 옮겨 적는 순간, 이건 더 이상 내 머릿속의 짐이 아니게 되거든. 나는 종이를 믿는 게 아니라, 내가 이 글자를 쓰는 동안 느꼈던 '손끝의 감각'을 믿는 거라네."
노인은 수첩을 넘겨 도준에게 보여주었다. 그곳에는 '문 잠금'이라는 투박한 글씨 옆에, 펜촉이 종이를 깊게 파고든 자국과 잉크가 번진 얼룩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것은 정교한 디지털 사진보다 훨씬 더 생생하고 물리적인 '완료의 증거'였다.
도준은 노인이 건넨 작은 수첩과 만년필 한 자루를 들고 서점을 나왔다. 그는 처음으로 스마트폰 카메라를 켜지 않았다. 대신 가방에서 수첩을 꺼내 서점 문 앞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빗방울이 고인 웅덩이 옆으로 이름 모를 작은 꽃 한 송이가 피어 있었다. 평소라면 지나쳤을, 혹은 몇 송이인지 세느라 괴로워했을 풍경이었다. 도준은 펜을 쥐고 수첩에 힘주어 적었다.
[지금, 꽃 한 송이가 비에 젖어 있다.]
만년필 끝이 종이의 결을 긁는 진동이 손목을 타고 뇌로 전달되었다. 잉크의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그것은 사진처럼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감각의 기록이었다. 종이가 살짝 찢어질 정도로 꾹꾹 눌러 쓴 그 한 문장이, 갤러리에 저장된 수천 장의 사진보다 더 든든한 방패가 되어 주었다.
다음 날 아침, 도준은 다시 현관문 앞에 선다. 평소처럼 손잡이를 붙잡고 흔들려는 찰나, 그는 어제 노인에게 배운 감각을 떠올린다.
'잠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집이 불타버릴지도 모른다.'
불안의 파도가 여전히 덮쳐오지만, 도준은 손을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그는 완벽한 확인 대신 '기꺼이 불안해지기'를 선택한다. 문을 단 한 번만 닫고, 뒤돌아보지 않은 채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심장이 터질 듯 뛰고 손이 떨리지만, 그는 수첩을 꺼내 오늘의 첫 문장을 적는다.
[나는 방금 문을 닫았고, 다시 확인하지 않은 채 밖으로 나왔다. 오늘 하루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버스를 타고 정류장을 지나는 동안, 그는 창밖의 풍경을 본다. 확인하지 않아도 지나가 버리는, 그래서 더 아름다운 풍경들. 도준은 처음으로 시계를 보지 않고, 자신이 지나온 시간의 뒤편을 향해 평온한 작별 인사를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