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분야에서 일하는 인문학 전공자의 세계에 대한 질문 — No. 4
케이는 지구 정지궤도 35,786km 상공의 우주정거장에서 일한다.
그의 직함은 "궤도 유지 관리사"다. 매일 정거장의 위치를 0.001도 단위로 조정한다. 지구 적도 위 정확히 같은 지점에 머물기 위해, 끊임없이 미세한 추력을 가한다.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매초 3.07km씩 움직이고 있다.
오늘 아침, 케이는 지구에서 온 메시지를 받았다. 친구가 보낸 책 한 권의 발췌문이었다.
『쇠퇴하는 아저씨 사회의 처방전』 중:
"현재 도전하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30초 안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다.
케이는 화면 앞에 30초간 가만히 있었다.
대답을 찾지 못했다.
나는 지금 도전하는 것이 있는가?
매일 궤도를 유지한다. 이것은 도전인가? 아니면 그저 유지인가?
도전이란 말이 나에게 어울리나?
케이는 42세다. 우주정거장에 온 지 8년째다. 처음 왔을 때는 모든 게 도전이었다. 무중력 적응, 밀폐된 공간에서의 생활, 지구와 16분씩 지연되는 통신. 하지만 이제는 다 익숙하다.
그는 창밖을 봤다. 지구가 천천히 돌고 있었다. 아니, 지구는 돌지 않는다. 정거장이 지구와 같은 속도로 돌기 때문에, 지구는 항상 같은 위치에 있다.
정지 궤도.
케이는 문득 자신의 삶도 정지 궤도에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과학자의 노트]
각운동량 보존 법칙에 대한 짧은 메모.
외부 토크가 없는 계에서 각운동량은 보존된다. 회전하는 물체는 외부에서 힘을 가하지 않는 한, 같은 속도로 계속 회전한다.
정지궤도 위성은 지구 자전 주기와 정확히 같은 속도로 공전한다. 지상에서 보면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초속 3.07km로 움직인다. 정지는 정지가 아니다. 균형 잡힌 운동일 뿐이다.
하지만 이 궤도를 유지하려면 끊임없는 조정이 필요하다. 태양풍, 달의 인력, 지구 중력장의 불균형. 이 모든 것이 위성을 궤도에서 벗어나게 만든다. 정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지속적인 움직임을 요구한다.
오후, 케이는 신입 궤도 관리사 지민을 만났다. 지민은 25세였고, 눈빛이 밝았다.
"선배님, 저 다음 달에 소행성 관측 프로젝트에 지원하려고 해요."
"소행성 관측? 여기서?"
"아뇨, 달 뒷면 기지요. 전파 망원경 설치 프로젝트. 3년 임기인데, 엄청 경쟁이 세대요."
케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좋은 기회네."
"선배님은 다음엔 어디 가실 거예요?"
케이는 잠시 말이 없었다.
"글쎄. 여기 계약이 2년 더 남았으니까. 그 후엔... 모르겠어."
지민이 웃었다. "선배님은 여기가 편하신 것 같아요. 지구도 보이고, 안정적이고."
케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날 밤, 케이는 다시 창밖을 봤다.
지구가 같은 자리에 있었다. 아프리카 대륙이 보였다. 낮과 밤의 경계선이 천천히 움직였다.
케이는 생각했다.
나는 지금 도전하는 것이 있는가?
매일 궤도를 유지한다. 0.001도의 편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이것은 정지인가, 운동인가?
그는 컴퓨터를 열었다. 지난 8년간의 궤도 조정 기록을 불러왔다. 데이터는 규칙적이었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방향, 같은 크기의 추력.
하지만 케이는 그 데이터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그리고 발견했다.
조정 패턴이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8년 전에는 하루 평균 3번 조정했다. 지금은 2.2번이다. 조정 시간도 짧아졌다. 처음에는 15초였는데, 지금은 8초다.
케이는 자신도 모르게 더 효율적으로 일하고 있었던 것이다. 태양풍의 패턴을 예측하고, 달의 위치를 미리 계산하고, 지구 중력장의 불균형을 보정하는 방법을 8년간 개선해왔다.
같은 일을 반복했지만, 같은 방식으로 하지는 않았다.
도전은 새로운 곳으로 가는 것만이 아니다.
같은 궤도를 더 정확하게 유지하는 것도 도전이다.
케이는 새 파일을 열었다. 제목은 "궤도 유지 알고리즘 개선안 v9.0"이었다.
그는 지난 8년의 데이터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어떤 변수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지, 어떤 패턴이 반복되는지, 어떻게 하면 조정 횟수를 더 줄일 수 있는지.
“내가 현재 도전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같은 높이에 머물기 위해 매일 움직인다. 정지 궤도를 유지하는 것. 이것은 정체가 아니라 균형이다. 변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해야 하는 상태.
나의 도전은 이것이다: 완벽한 정지를 만드는 것. 외부의 모든 요인을 예측하고 보정해서, 단 0.0001도의 흔들림도 없는 궤도를 설계하는 것.
케이는 화면을 보며 미소 지었다.
지민은 달로 갈 것이다. 그것도 좋은 도전이다.
하지만 케이는 여기 남을 것이다. 지구 정지궤도 35,786km 상공에서, 초속 3.07km로 움직이면서, 완벽한 정지를 만들 것이다.
도전은 새로운 곳으로 가는 것만이 아니다.
때로는 같은 자리에서, 더 나은 방식으로, 더 정확하게 서 있는 것도 도전이다.
케이는 알고리즘 개선 작업을 시작했다.
창밖에서 지구가 천천히 돌았다. 아니, 정거장이 돌았다. 지구와 같은 속도로. 완벽한 균형 속에서.
글 · 잡학도서관 모따모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