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기준의 탐색

과학 분야에서 일하는 인문학 전공자의 세계에 대한 질문 — No. 19

by 모따모모
190814.jpg

서진은 2138년 서울 국립과학관에서 일한다.


그녀의 직함은 "문화간 보편성 연구원"이다. 과학관 큐레이터이자, 특별 프로젝트 팀원. 프로젝트명: "통합 헌법 제정을 위한 보편적 기준 탐색".


2138년. 인류는 세 개의 독립 문명권으로 나뉘어 있다.


지구. 화성. 타이탄.


각각 독자적인 정부, 법률, 문화를 가진다. 120년간 분리되어 발전했다.


이제 통합이 필요하다. 무역, 이민, 분쟁 조정. 하지만 문제가 있다.


공통된 기준이 없다.


서진의 임무는 단순하지만 불가능에 가깝다. "세 문명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기준을 찾아라."


오늘도 서진은 과학관에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 지구인, 화성인, 타이탄인. 관람객들. 동료들.


그녀는 사람들을 보며 생각했다.


저 많은 사람들은 각자의 기준을 갖고 산다.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그른지.
무엇이 아름다운지, 무엇이 추한지.

모두 다르다.

그렇다면... 모든 사람이 동의할 수 있는 기준이 있을까?

누구에게나 "그래"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서진은 연구실로 돌아와 체계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과학자의 노트]

보편성의 문제에 대한 짧은 메모.

보편적(Universal) 기준이란: 시간, 장소, 문화를 초월해 모두가 동의하는 것.

후보들:
1. 윤리 - 옳고 그름의 기준
2. 도덕 - 선과 악의 기준
3. 과학적 진리 - 객관적 사실
4. 논리/수학 - 형식적 진리
5. 인간 본성 - 생물학적 공통점

질문: 이 중 하나라도 진정으로 보편적인가?

문화 상대주의의 경고: 모든 기준은 맥락 의존적일 수 있다.


서진은 첫 번째 후보를 검토했다.


1. 윤리적 기준


[ 후보 1: 윤리 ]

제안: "거짓말은 나쁘다"

검증:
- 지구: 대체로 동의
- 화성: 부분 동의 (단, 생존을 위한 거짓말은 예외)
- 타이탄: 거부 (진실보다 조화가 중요)

결론: 보편적이지 않음


[ 후보 1-2: 윤리 ]

제안: "살인은 나쁘다"

검증:
- 지구: 대체로 동의
- 화성: 조건부 동의 (자위권, 안락사 예외)
- 타이탄: 부분 동의 (집단 생존을 위한 희생은 정당)

결론: 보편적이지 않음


서진은 수십 개의 윤리적 명제를 검토했다. 모두 실패했다.


윤리적 기준 - 거부됨
이유: 모든 윤리는 문화적 맥락에 의존함


2. 도덕적 기준


[ 후보 2: 도덕 ]

제안: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

검증:
- 지구: 현대적 합의
- 화성: 거부 (능력주의 사회)
- 타이탄: 부분 동의 (집단에 기여 가능한 약자만)

결론: 보편적이지 않음


[ 후보 2-2: 도덕 ]

제안: "정직은 미덕이다"

검증:
- 지구: 2020년대 동의, 2130년대 부분 동의
- 화성: 거부 (결과가 중요, 수단 아님)
- 타이탄: 조건부 (사적 영역에서만)

결론: 시대와 장소에 따라 변함


도덕적 기준 - 거부됨
이유: 도덕은 시대에 따라 변함


서진은 좌절하지 않았다.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3. 과학적 진리


[ 후보 3: 과학 ]

제안: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은 보편적이다"

검증:
역사적 사례:
- "지구는 평평하다" (고대 → 거짓 판명)
- "에테르가 존재한다" (19세기 → 거짓 판명)
- "뉴턴 역학은 절대적이다" (20세기 → 상대성이론으로 수정)
- "시간은 절대적이다" (→ 거짓 판명)

결론: 과학적 진리도 패러다임 전환으로 바뀜


과학적 진리 - 거부됨
이유: 과학은 끊임없이 수정됨


서진은 더 근본적인 것으로 갔다.


4. 논리와 수학


[ 후보 4: 수학 ]

제안: "1+1=2는 보편적 진리다"

검증:
- 십진법: 1+1=2
- 이진법: 1+1=10
- 모듈로 2 산술: 1+1=0

더 근본적으로:
"1+1=2"는 페아노 공리계에 의존함
공리가 바뀌면 결과도 바뀜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
충분히 복잡한 공리계는 내부 모순을 포함하거나 불완전함

결론: 수학적 진리도 선택한 공리에 의존함


논리/수학적 기준 - 거부됨
이유: 공리 체계 의존적


서진은 마지막 희망으로 갔다.


5. 인간 본성


[ 후보 5: 생물학적 공통점 ]

제안: "인간은 본능적으로 생존을 추구한다"

검증:
- 대부분의 인간: 동의
- 하지만: 자살하는 사람, 순교자, 영웅적 희생

결론: 예외가 존재함


[ 후보 5-2: 생물학 ]

제안: "인간은 쾌락을 추구하고 고통을 회피한다"

검증:
- 쾌락 추구: 금욕주의자들은 거부
- 고통 회피: 자해하는 사람, 극한 스포츠, 종교적 고행

결론: 보편적이지 않음


인간 본성 - 거부됨
이유: 환경과 선택에 따라 다름




서진은 6개월간 수백 개의 후보를 검토했다.


모두 실패했다.


윤리, 도덕, 과학, 논리, 수학, 본성. 그 무엇도 진정으로 보편적이지 않았다.


서진은 회의에 참석했다. 지구, 화성, 타이탄 대표들.


"서진 박사, 진전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6개월이 지났는데?"


"보편적 기준을 찾을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이 상대적입니다."


화성 대표가 말했다. "그럼 통합 헌법은 불가능하다는 건가요?"


"...현재로서는."


회의는 실망 속에 끝났다.


서진은 연구실로 돌아와 창밖을 봤다.


사람들이 걷고 있었다. 서로 다른 옷, 다른 걸음걸이, 다른 생각.


정말 아무것도 없을까?

단 하나도?

모든 인간이, 모든 문화가, 모든 시대가 동의하는 것은?


서진은 가장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갔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의식이 있다. 느낀다.


그럼 모든 의식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서진은 자신의 손을 꼬집었다.


아팠다.


그녀는 멈췄다.


고통.

나는 고통을 느낀다.

그리고... 고통을 피하고 싶다.

이것은?


서진은 새로운 명제를 작성했다.


[ 후보 최종: 고통 ]

제안: "의식 있는 존재는 고통을 피하고 싶어 한다"

검증:
- 지구인: 동의
- 화성인: 동의
- 타이탄인: 동의

예외 검토:
- 자해하는 사람? → 더 큰 정신적 고통을 피하기 위해
- 고행하는 사람? → 영적 고통(죄책감)을 피하기 위해
- 순교자? → 배신의 고통, 사후 처벌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결론: 예외 없음

발견: 고통 회피는 보편적이다.


서진은 흥분했다.


그녀는 더 깊이 파고들었다.


[ 추가 검증 ]

역사적 검토:
- 고대: 고통 회피 (동의)
- 중세: 고통 회피 (동의)
- 근대: 고통 회피 (동의)
- 현대: 고통 회피 (동의)

문화적 검토:
- 동양 철학: 고통(苦) 제거가 목표
- 서양 철학: 고통 최소화 (공리주의)
- 종교: 고통으로부터의 구원

생물학적 검토:
- 통증 수용체의 진화적 목적: 위험 회피
- 모든 동물: 고통 자극에서 도피

결론:
시간, 장소, 문화를 초월해
고통 회피는 유일한 보편적 합의


서진은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다시 회의가 소집되었다.


"발견했습니다. 보편적 기준을."


"정말입니까? 무엇입니까?"


"고통을 피하고 싶다는 것. 이것만이 모든 의식 있는 존재가 동의하는 유일한 기준입니다."


타이탄 대표가 물었다. "그것만으로 헌법을 만들 수 있습니까?"


"네. 원칙은 단순합니다. 타인에게 의도적으로 고통을 주는 행위는 금지. 이것만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유일한 법입니다."


지구 대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살인은?"


"고통을 줍니다. 금지."


"폭력은?"


"고통을 줍니다. 금지."


"사기는?"


"경제적 고통을 줍니다. 금지."


"자위권은?"


"고통을 막기 위한 고통. 예외 인정 가능."


화성 대표가 물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합니까? 고통 회피만으로?"


서진은 잠시 침묵했다.


"충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이 우리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유일한 것입니다."


⊙ ⊙ ⊙



통합 헌법 제1조가 제정되었다.


[ 지구-화성-타이탄 통합 헌법 ]

제1조:
모든 의식 있는 존재는 불필요한 고통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제2조:
타인에게 의도적으로 고통을 주는 행위는 금지된다.

제3조:
고통을 최소화하는 것이 법의 목적이다.

[이하 조항들은 각 문화권의 협의로 결정]


서진은 과학관으로 돌아왔다.


관람객들이 전시를 보고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생각들.


서진은 그들을 보며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인정할 수 있는 기준.

나는 찾았다.

단 하나뿐이었다.

고통을 피하고 싶다는 것.

윤리도, 도덕도, 과학도, 수학도 보편적이지 않았다.
모두 맥락에 의존했다.

하지만 고통은.

모든 의식이 피하고 싶어 한다.
시대를 넘어, 문화를 넘어, 장소를 넘어.

이것만이 진정으로 보편적이었다.


하지만 서진은 한계도 알았다.


고통 회피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의는? 아름다움은? 사랑은?


그것들은 여전히 상대적이다.


서진은 동료에게 물었다.


"우리가 찾은 게 전부일까요? 고통 회피만?"


"어쩌면요.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거 아닙니까? 최소한 서로를 해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잖아요."


"나머지는?"


"나머지는... 각자 결정하는 거겠죠. 무엇이 좋은지, 무엇이 아름다운지, 어떻게 살지. 그건 보편적일 수 없어요."


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극히 보편적인 기준.

나는 하나를 찾았다.

고통 회피.

이것만이 모든 인간이, 모든 문화가, 모든 시대가 동의하는 것.

나머지는 모두 상대적이다.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아름다운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것들은 각자 결정한다.

하지만 최소한 하나는 합의할 수 있다.

서로에게 고통을 주지 말자.

이것만으로 충분한가?

아니다.

하지만 이것만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전부다.

나머지는... 대화다.
끝없는 대화.


서진은 전시관을 걸었다.


한 아이가 전시물을 보며 물었다. "엄마, 우주에는 절대적인 진리가 있어요?"


엄마가 대답했다. "글쎄, 아마 거의 없을 거야."


"그럼 뭐가 있어요?"


"...아프지 않고 싶다는 것? 그 정도?"


서진은 미소 지었다.


맞다.


그 정도.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서로를 해치지 않고 살 수 있다.


나머지는 각자의 몫이다.


글 · 잡학도서관 모따모모

작가의 이전글완벽한 설계의 역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