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다리가 되어야 해

관계의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by 독거부인

딸이 신학기부터 어울리게 된 그룹은 총 5명이다. 여자아이 5명이라니 좀 어렵겠다 생각이 들었다. 홀수의 그룹일 경우 한 명이 떨어지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모임이 아니라 단체인 경우는 공지라는 수단으로 소통을 하니 소외되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나도 겪었듯 개인적인 모임에서는 대장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에게 맞지 않는 성향의 누군가를 정리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다. 그리고 딸의 그룹에서도 자연적으로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듯 하다. 시점은 겨울방학이었다. 우리 가족은 방학을 한국에서 지내게 되었고, 딸은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신나게 놀았다. 당연히 아이의 인스타에는 그 모든 놀이(?)들이 화려하게 업로드 되었을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남아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며 가끔 만나기도 했던 그 친구들이 딸의 부재를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모두가 함께 했던 톡방에서 새로운 톡방이 생기고야 말았다.


" 튜바 말로는 마리아가 만들자고 했다고 했대. 그날 술마셨어."

" 속상했구나."

" 응. 그런데 댄스 가서 정신없이 움직일때는 괜찮았어."


내가 여기서 더 해줄 말이 무엇이랴. 당연히 배신감이 들 것이고, 서운해서 속이 상했겠지. 나이 든 어른들은 이런 문제로 싸움도 하지 않던가. 여자애들은 대놓고 싸우지 않지. 그러나 더 큰 상처를 내는 법을 잘 안다.

딸이 학교로 돌아가고 며칠동안 고민을 하던 나는 모른체 하자고 다짐을 했건만 어느 새벽, 문자를 보내버렸다.


" 딸아, 관계는 늘 변한단다. 너의 그룹이 너에게 가지는 무게에 대해 한 번 생각할 때가 된 것 같다. 그리고 그룹이 아니라 일대일의 관계를 만들어 보렴. 관계에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단다. 감정이 아니라 기술이 사용되어야 하지. "

" 엄마, 그 정도로 걱정할 건 아니야. "

" 그런가? 내가 또 오지랖을... ㅎㅎ 엄마는 니가 걸음마 뗀 순간부터 모두 다 걱정이야. "


살아보면서 느끼지만 인간이란 매순간 마음이 달라지는 존재이며, 머리검은 짐승은 거두지 말라는 말이 있듯 선의가 악의로 되갚아지는 경우가 더 많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니 우리는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과 즐겁게 지낼 필요가 있다. 얕고 가볍고 즐거운 관계가 많을때 여러 관계 중 하나가 문제가 생긴다 해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고, 아팠다면 상처에서 빨리 회복할 수 있다.


딸은 이미 이런 내 얘기들을 들어왔기에 몇 개의 동아리와 기숙사 친구들과도 주기적으로 만나며 이런저런 이벤트를 하기도 한다. 생각많은 엄마는 모든 것을 가르쳐주고 미리 예방도 해 주고 싶지만 결국 스스로 겪으며 터득해야 하는 것이다.


더 말해주고 싶었던 것은 어색해진 동료들 사이에 놓였을 때 스스로의 마음에 집중하라는 것. 그것은 슬픔도 상처도 아니며 어색함, 긴장, 약간의 미움같은 것일 거라고. 그러니 그 몇 가지의 느낌 때문에 무거워지지 말라고. 발가락이 가렵다고 발가락에 온 마음이 가야하는 걸까?


할말은 맨날 많지만 하면 안된다. 아이가 의견을 요청할 때 그 때는 말도 잘 듣고, 고맙다는 말도 해준다. 그 때말고 문자같은건 스팸처리 안되면 다행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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