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귀신이라면
옛날 옛날에 산 속 작은 집에 아이와 엄마가 살았대. 아이가 사는 집은 너무 외딴 곳에 있어서 밤이 되면 부엉이 소리가 나고, 컴컴해서 화장실도 가기 싫을 정도였대. 그런데 어느날 밤 아이는 쉬야가 마려워서 잠이 깬거야. "엄마"하고 부르고 옆을 보니 엄마가 없는거야. 아이는 무서워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엄마만 기다리고 있었어. 한참이나 지나 누군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어. 하얀 소복을 입고 머리를 풀어해친 엄마였어. 아이는 잠든 척 하며 눈을 감고 그 밤을 보냈지. 그리고 다음날, 밤이 깊어지자 엄마는 또 흰 소복 차림으로 외출을 했어. 아이는 며칠동안 밤마다 엄마가 나가는 것을 알게되었어. 고민하던 아이는 한 날 엄마를 미행하기로 했지. 그 날도 깊은 밤이 되어 아이가 잠이 든 척 하자 엄마가 밖으로 나갔어. 아이는 속으로 스물까지 세고나서 밖으로 나가 엄마의 발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향했어. 골목을 지나 길이 없는 산 속을 헤치고 올라가 보니 무덤들이 나왔대. 엄마는 무덤 사이에 고개를 숙이고 땅을 파고 있었어. 아이는 엄마를 부르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며 서 있었지. 그런데 갑자기 엄마가 고개를 획 돌리고 아이가 있는 쪽을 바라보는 거야. 그러더니 글쎄...
" 니도 고구마 먹을겨?" 라고 말했대.
이 이야기의 클라이맥스는 엄마가 고개를 '휙'하고 바라보는 장면이다. 딸은 이 장면에서 꺅 소리를 지르다 바로 깔깔대곤 했다. 아이 엄마가 귀신이면 어쩌지 하는 공포에서 평범한 엄마로 돌아온 안도감 때문에 조그만 심장이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쳤을 것이다.
옛날 이야기 같지만 이것은 아이의 심리가 담겨있다. 엄마가 화를 내거나, 우울해 하거나, 아파서 고통스러워하는 모든 모습은 아이의 시선으로, 마음으로 여과없이 전달된다. 아이의 마음속에 엄마는 늘 다정하고, 사랑스러웠으면 하는 바램으로 그려진다. 하루종일 감정이 요동치고, 몸은 지친 현대인에 불과하지만 그런 사정을 아이가 알리가 없지 않은가. 그래서 화나고, 우울한 엄마의 모습은 내엄마가 아니기를 바랄지도.
아이 앞에서 야단치며 화내는 내 모습이 어떨지 나는 모르지만 아이는 보았을 것이다. 귀신보다 무서웠을지도 모른다. 속으로는 엄마를 부르며 찾지만 눈 앞에 엄마에게 다가서지 못하는 아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그래서 나는 아이 앞에서 절대 감정적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화내는 엄마가 될 바에야 기뻐 날뛰는 엄마도 되지 않으련다.
이 생각을 아이가 유아기 시절에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사춘기를 힘들게 지날때야 나는 내 모습을 깨닫고 후회했다. 너무 늦었지만 끝이 아니기를 바라며 아이가 더 성숙해지기 전에 나의 모습을 바로잡겠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끝은 없다. 그 아이가 불혹이 되든, 환갑이 되든 나는 여전히 엄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