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의 뒷다리는 어떻게 된 걸까?

<교토 이야기2화>

by 용작가

교토는 집구석을 지키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교토 집은 미래 할머니가 키웠던 순심이 집이었다.


하지만 쨍쨍한 여름 순심이가 팔려 가면서 빈집이 되었다. 한동안은 개집만 덩그러니 있어 뭔지 모르게 허전했는데 고양이, 교토가 주인이 되었다.


미래네와 우리집 사이에는 낮은 담은 세월의 무게로 점차 어긋나더니 작년 여름 태풍으로 겨우 담의 흔적만 남긴 채 무너졌다. 담이 사라지면서 미래와 나는 마당을 공유하는 사이가 되었다.


우리집 마당에서 교토 집, 장독대, 신발장, 마루 옆에 걸린 거울까지 아주 잘 보였다.


미래네를 볼 때마다 다른 이의 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아 민망했지만 나도 미래 할머니도 담을 세우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미래네? 미래네라고 하기도 좀 그렇지.


담이 사라진 집에는 할머니와 미래 둘만 살고 있다.


아, 교토까지 하면 셋이지.


나도 혼자 사니 서로에게 딱히 불편한 일은 생기지 않았다. 마당을 공유하는 일은 집을 공유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늦은 밤 퇴근할 때면 미래네 마루에서 스며드는 불빛에 의지했다. 침묵하고 있는 낡은 기와에 들어설 때면 섬뜩한 기운이 들고는 했는데 미래네 빛 때문에 안심했다. 빛은 환한 기운으로 나를 보듬었다.


교토는 아직 그대로야?


미래가 한숨을 깊이 쉬었다. 교토는 작년까지도 동네를 쓸고 다녔는데 어쩌다 사고를 당했는지 뒷다리를 절었다. 교토가 왜 다친 거냐고 묻자 모르긴 몰라도 쥐를 잡다 그랬을 거라고 했다.


교토가 쥐를 무서워하거든요. 요즈음은 쥐들이 교토 집까지 노린다니까요. 그것들이 아주 떼로 몰려다니면서……. 조만간 쥐들에게 집을 뺏길 것 같아요.


에이, 말도 안 돼.


얼마 전에는 쥐들이 교토 밥그릇에 똥을 쌌어요. 휴, 바보 같으니.


다친 후 교토는 아주 순둥이가 되긴 했다. 대부분 시간을 맥없이 마당을 어슬렁거리거나 쥐들이 난장판을 친다는 순심이 집 근처에서 햇빛을 받으며 누워 있었다. 물론 잠시 자신의 처지를 잊은 적도 있다. 미래네 앞에 있는 작은 도랑을 풀쩍 넘으려다 도랑에 빠졌다. 미래가 서둘러 교토를 구해냈으나 그 이후 교토는 더욱 의기소침해진 듯 보였다.


이러다가는 기세등등했던 누렁이 순심이 집이 쥐들에게 넘어갈지 모르겠다.


근데 아줌마 오늘 출근 안 해요?


미래가 산발한 내 머리를 보며 물었다. 가만 보니 미래도 세수를 안 한 얼굴이었다.


너는 학교 안 가?


미래에게 묻고 싶었다. 작년까지는 교복 입은 모습을 본 것 같은데 올해는 교토처럼 집 밖으로 나가는 날이 많지 않은 것 같았다.


너는…….


오늘만 쉬는 거예요? 아니면 앞으로 쭉 쉬어요?


아, 오늘만. 그나저나 정말 출근하지 않아도 될까.


휴가를 내겠다고 했을 때 원장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휑한 내 두피를 보았다.


미녹시딜 그거 효과 있습디다. 사람이 말이야, 노력을 해야지, 노력을.


그러더니 나이 든 사람 어쩌고 사명감 어쩌고 맥락 없는 소리를 쏟아냈다.


설마 어디 아픈 거는 아니죠?


교활한 늑대가 눈치를 챈 걸까.


나는 아무리 아파도 원장의 진료는 받지 않았다. 나이가 드니 허리도 어깨도 무릎도 아프다. 하지만 진료실에서 원장과 마주하고 싶지는 않았다. 원장 모르게 다른 병원으로 진료를 받으러 다니고는 했는데 들킨 건가 싶었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아프다고 할까.


멀쩡해 보이는데……. 어디 한 번 봅시다. 그 정도로 무슨 휴가를.


대충 진료하고 죽을 만큼 아픈 것 같지는 않다거나 그 정도는 다들 아프다거나 그런 소릴 하겠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마땅한 핑계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십 년 넘게 다닌 직장에서 휴가 한 번 마음 편하게 못 쓰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확 질러버릴까 싶기도 했다.


다음 화 : 휴가,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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