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더듬기1>
헤어지려고 그랬나. 확실히 그날은 둘의 대화가 자꾸 어긋났다. 그는 삐딱했고 나는 뾰족했다.
다툰 이유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아마도 너무 시시한 일이었을 것이다.
헤어짐은 그날 결정된 것이 아니다. 어쩌면 서로 적당한 때를 기다렸는지 모르겠다. 토라져 돌아서는 나를 그는 잡지 않았다.
잘 가.
그래.
마지막 대화였다. 집을 향해 걸어가는 길. 안타깝거나 속상함보다 뭔가 산뜻하고 홀가분했다. 어쩌면 나는 그가 지긋지긋했던 걸까.
오호, 드디어 끝난 건가.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와 헤어질 이유는 많았다.
유머가 많은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그냥 쓸데없이 말이 많았고
온화하고 다정한 목소리라 생각했는데
톤이 높은 촐랑대는 가벼운 목소리였고
감미로운 노래를 부를 줄 알았는데
김경호라도 된 듯 고막이 나갈듯한 고음으로 마이크를 독식했고
섬세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까칠한데다 쪼잔한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모든 것이 착각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 오호라, 드디어 내 이상형을 만난 건가. 쾌재를 불렀는데 금방 식어버렸다.
차츰 멀어지고 싶었는데 그가 먼저 화를 내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형적인 회피형 인간인 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으니까. 그렇게 나는 헤어질 기회를 잡았고 우리는 멀어졌다.
그날 이후 서로 연락하지 않았으므로 둘의 마음은 같았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나로 인해 상처를 받았다는 말이 들리면 뭐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가 널 다시 만나고 싶어 하던데…….
그새 새 애인이 생긴 거냐고 묻더라.
헤어짐의 책임을 내게 미루는 느낌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도 나와 비슷한 부류가 아니었나 싶다. 그러니까 회피형 인간.
잠깐 스친 인연이었지만 때때로 그 시절이 떠오른다.
후회라거나 미련은 아니다. 다만 그땐 나는 상대의 감정에 미숙했던 건가. 옅은 마음으로 사람을 대했었나. 그런 생각이 든다. 사랑이었다면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건 사랑이 아니었다. 설렘은 있었지만 아주 연한 분홍빛 정도.
스물셋의 여름, 나는 참 별 거 없는 사랑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