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이야기 >3
원장의 못마땅한 표정에도 참자, 싶었는데 입이 말썽이었다.
내일이 제 생일이에요.
하, 참, 생일이요?
그냥 생일이 아니에요. 예순이거든요.
나는 예순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었다.
뭐 환갑잔치라도 한다는 말이요? 아니, 요즘 누가 환갑잔치를 한답니까. 백 세 시대에 말이요. 아직도 한참을 더 살아야 돼요. 생일이 사십 번도 더 남았다니까요.
원장은 환갑잔치도 믿을 수 없지만, 생일을 핑계로 휴가를 내는 것은 더욱 이해할 수 없다는 투였다.
누가 잔치를 한다고 했나.
정말이지 말이 통하지 않는 인간이었다.
어쨌든 내일 휴가 쓰겠습니다.
아니 안 선생.
원장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평소 습관처럼 뱉던 하, 참을 여러 번 반복했다.
백세 시대에도 일찍 죽는 사람이 많아요. 저희 집은요, 명이 짧은 편이 거든요. 예순을 넘기자마자 갑작스레 돌아가신 분도 여럿 있고. 저도 얼마나 더 살지 모르고…….
나는 막 아무 말이나 떠오르는 대로 쏟아냈다. 그리고 쐐기를 박듯 말했다.
남들이 안 한다는 잔치요, 저는 하고 싶거든요.
예순, 참 오랜 시간을 견뎌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학교 때는 마흔을 넘겼다는 선생님의 지루한 표정을 보며 오래 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따분한 나이, 계획도 희망도 미래도 없는 나이, 지긋지긋해하며 견디지 말아야겠다, 그런 생각을 했다.
마흔쯤이면 죽으리라 생각했으므로 예순이라는 나이는 떠올리지도 못했다. 그런데 예순이 되었다. 아무렇지 않게 나이를 먹었다. 아무 일 없이 나이를 먹었다.
마흔을 지나갔을 때 나는 어떤 얼굴이었을까. 먹고살기 바빴으므로 지루함보다는 불안함이 더 컸을 것 같았다. 연이은 부모님의 죽음을 보면서 죽음에 대해 이중적인 생각이 들었다.
살고 싶지도 않았지만 죽지도 못할 거 같았다.
사실 갈수록 죽음이 두렵다. 다른 세계로 어떻게 넘어가야 할지 막막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동창들 몇 도 죽었다. 갑작스러운 사고도 있었고 병으로 천천히 소멸되기도 했다.
재미없는 삶도 특혜인 건가. 평온한 삶을 사는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복주머니 아닐까.
나에겐 늘 해결해야 할 숙제가 있었다. 신이 끝없는 미션을 주는 것 같았다. 대학 진학, 취업, 연애, 결혼 모든 것이 쉽지 않았다. 노력한 것에 비해 성과는 없었다. 하지만……버텨냈으므로 후회는 없다.
내세울 만한 인생은 아니지만 하찮은 인생도 아니다. 그 정도면 나를 위한 잔치를 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원장과 더는 실랑이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뻔한 말들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되겠지. 쾅, 문소리와 함께 여자가 말이지, 성질이 저래서야……. 원장의 목소리도 사라졌다.
다음 화 : 나이가 들면 운기가 바뀐다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