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정말 운기가 바뀔까?

<교토 이야기 4>

by 용작가

사실 뭔가 대단한 생일을 계획한 것은 아니다. 주말 아닌 평일에 그러니까 남들이 일하는 시간에 거드름을 피우며 하루를 보내고 싶었다.


맛집을 찾아 점심을 먹고 원두가 신선한 카페에서 멍하니 앉아 아메리카노를 즐기며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외따로 떨어져 자랑하듯 한가하게 시간을 쓰고 싶었다.


오순 언니가 생일 어쩌고 할 때도 휴가는 어렵다며 주말 약속을 잡았다. 오로지 혼자 나의 예순을 자축하려 했다.

오늘 왜 쉬어요?

미래가 불쑥 물었다.

뭐 이것저것 하려고. 사실 오늘 내 생일이거든.


그럼, 잔치해야죠.


미래가 잔치 이야기를 하자 흐흐 웃음이 났다.

나는 기념일이나 생일 그런 것들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내가 생일이 뭐 별 건가 했을 때 미옥이 눈에 불을 켜며 말했다.


언니, 내가 왜 이혼했는지 알아? 남편이라는 놈이 칠 년 동안 한 번도 내 생일을 챙기지 않았기 때문이야.

그럴 수도 있지 않니? 바쁘게 살다 보면.


아니지. 그건 마음이고 성의지. 생일이 뭔지 알아? 내가 세상에 태어난 날이라고.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나만 없겠어.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의미가 없어지는 거야.


뭘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난리야.

대꾸하고 싶었지만, 미옥이 너무 생일에 진심이라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어느새 나도 미옥의 영향을 받은 건지 생일에 의미 부여를 하고 있었다.


그냥 생일이 아니니까. 예순이니 말이다.


어쨌든 미래가 축하한다고 하니 정말이지 축하받을 일처럼 느껴졌다.


미래는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새로운 담배에 불을 붙였다. 벌써 세 번째 담배였다.

아침은 먹고 피우는 건가. 담배는 술보다 끊기 어렵다던데. 애를 낳고 아이를 키우려면 끊는 게 좋겠지.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데 미래의 목소리가 먼저 들렸다.


아줌마 무슨 노랫소리 안 들려요?


노래?


휴대폰 벨소리였다.


아, 그렇지, 원장이 전화를 안 할 리가 없다.

원장은 내 기분을 잡쳐 놓는 것에 선수였으니 생일이고 뭐고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왜 출근하지 않았느냐고 한마디 하면 열 마디쯤 해야겠다. 마음을 굳게 먹고 휴대폰을 열었는데 오순 언니였다.


은순이니? 생일 축하해. 혼자라 얼마나 외롭겠어.


하, 또 시작인가. 나는 일하는 중이라 통화를 길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말에 광주 나와, 생일인데 아쉽잖아.


주말에 나가면 뭐, 병원밖에 더 가?

가슴에서부터 나오는 말을 겨우 틀어막으며 봐서 갈게, 말했다.


가만있자, 오순 언니와 원장이 동년배인가. 사람이 예순이 되면 운기가 바뀐다던데…….

다음 화 : 소문은 소문을 낳고

작가의 이전글엄마의 증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