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이야기 6>
오순 언니와 통화를 마쳤는데도 미래의 줄담배는 끝나지 않았다. 또다시 입이 근질거렸다.
참자, 참자. 미래에게 담배 어쩌고 그런 충고를 할 주제도 못 된다.
나는 매일 밤이면 술을 찾았다. 아침이 되면 당장 술을 끊을 것을 결심하고 출근했다. 하지만 오후 네 시가 되면 술이 당겼고 퇴근 때까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퇴근하면 부리나케 집에 들어와 냉장고의 맥주를 마셔야 몸에 기운이 생겼다. 막힌 혈관들이 뚫린 기분이랄까.
미래도 그런 느낌인가. 자꾸 기운이 빠져 담배를 피우는 것이 아닌지 싶다. 나는 미래가 버린 담배꽁초를 주웠다. 불을 붙여 볼까.
아줌마, 오늘 뭐해요?
아직은 어딜 갈지 안 정했어. 약속이 있는 거는 아니니까 아무 때나 나가면 되고 아무 데나 가면 돼.
아무 때? 아무 데? 진짜 싱거워요. 휴가까지 냈다면서요. 아줌마는 남자 친구 없어요?
넌 있어?
미래와 나는 서로 마주 보며 한참을 웃었다.
우리 둘은 연애를 하기엔 스타일이 너무 구렸다. 살집 많은 몸매, 듬성듬성 보이는 흰머리, 휑한 두피, 미래의 너무 짧은 커트, 뻣뻣한 말투, 그리고 담배 냄새. 미래의 연애도 쉽게 펼쳐지지는 못할 것 같았다.
난……남자가 있긴 있었다. 그런데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너무 쉽게 끝난 연애라 그런 건지 싶다. 내 연애는 한 계절을 넘긴 적이 없다. 만나기는 어려웠으나 이별은 참 쉬웠다. 감정이 조금만 어긋나도 때려치우고 싶었다. 사귀자마자 헤어지고 싶었고 이별을 통보받고 나야 숙제를 해결한 듯 산뜻해졌다.
누군가 내게 그랬지. 너는 전형적인 회피형 인간이라고 말이다. 회피형 인간의 말로는 쓸쓸하다. 아니다. 쓸쓸함으로 끝나지 않는다. 때때로 거대한 쓰나미가 되어 과거의 행동에 복수했다.
안 선생, 우리 하루쯤 놀 수 있지 않을까?
주머니에서 꺼낸 흰 봉투에는 지폐가 들어 있었다. 여든 가까운 환자는 평소 나를 눈여겨보고 있었다며 꾸깃꾸깃한 봉투를 건넸다.
내가 아끼고 아껴 차곡차곡 모은 돈이라네. 안 선생이랑 데이트를 하려고 말이야. 삼십만 원이면 아주 큰돈이야. 큰돈이고 말고. 좋은 데 가서 밥도 먹고 차도 마시세.
하, 정말이지 그 자리에서 봉투를 찢어 버리고 싶었다. 그렇잖아도 아무렇지 않게 손을 잡거나 어깨나 등을 만지는 노인들 때문에 화가 쌓이고 있었다.
원장에게도 몇 번 하소연했으나 그는 그럴 리가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전요, 늙은 남자는 싫어요.
소리를 지르고 싶었으나 실직의 두려움으로 이성의 끈을 단단히 붙잡았다.
할아버지, 무릎 때문에 걷기도 힘드시잖아요. 나중에…….
그럼 몸이 좀 나아지면 갈 텐가? 안 선생도 외롭지? 혼자 사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지. 마음 알아주는 사람끼리 잘 지내보세. 내가 무릎이 말썽이지, 다른 데는 아주 짱짱해. 팔십이라고 하면 다들 깜짝깜짝 놀란단 말이지. 안 선생, 이제는 오빠라고 부르소.
오빠라니. 다시 떠올리니 실소가 터졌다.
스무 살가량 차이면 아버지 연배와 비슷했다.
갑자기 이대로 병원을 그만둬버릴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혼자 몸이니 그동안 모은 돈으로 아껴 살면 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내가 병원 생각으로 한숨을 푹, 푹 쉬고 있는데 미래의 미간도 좁아졌다. 미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다음 화: 고양이 교토의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