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은 소문을 낳고

<교토이야기 5>

by 용작가

원장은 예순의 나이에 스무 살 어린 젊은 여자를 만났다. 전 부인과는 내내 불화했고 이혼 과정도 쉽지 않았다고 들었다. 그러니 예순부터 인생이 피었다고 해도 되겠다.


원장은 뻣뻣하고 냉소적인 사람이었으나 젊은 부인과 통화할 때는 아주 다른 사람이 되었다. 정말이지 무례하고 오만한 늑대에게는 두 개의 인격이 존재하는 것이 분명했다.


원장의 인생이 폈다면 오순 언니의 예순 이후의 삶은 완전히 고꾸라졌다. 오순 언니의 인생 정점은 딱 예순까지였다.


어렸을 땐 큰 딸이라 사랑을 받았으며 결혼으로 더욱 안정적인 삶을 살았다. 명문대를 졸업했던 아들이 취업 대신 전문직 자격증을 따겠다고 했을 때까지도 언니는 구름 위에 있었다. 실패해보지 않은 사람의 무한 긍정이 작용했달까.


그렇게 한 해, 두 해, 오 년이라는 시간이 흐르자 경제적으로 쪼들리기 시작했다. 최근 언니는 아들 얼굴 보기도 힘들다고 했다. 말을 하지는 않았으나 언니의 잘난 아들은 점차 히키코모리가 돼가고 있었다.


아들도 문제였지만 형부가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내리막 인생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형부는 수술 후 현재까지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다. 언니는 혼자서는 병원에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넌 주말에 심심하지 않아?

억지로 광주에 갔고 언니와 만나 가는 곳이 요양병원이었다.


평일에도 병원에 처박혀 있는데 주말까지 병원에 가려니 짜증이 났다. 그리고 나는 요양병원에 가는 것이 아주 싫다. 입구에서부터 풍기는 죽음의 냄새. 엄마, 아빠가 그렇게 싫어했던 곳, 갈 때마다 속이 뒤틀렸다.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은순아, 너 광주 나오니까 좋지? 너는 모르겠지만 가족이라는 것이 얼마나 귀하고 애틋한지.


근데 언닌 혼자서는 형부 병문안도 못 가는 거야? 승우는 형부를 보긴 해?

입이 근질거렸는데 참고 또 참고 있다. 언니는 남의 속은 잘 뒤집어놨지만 누군가 서운한 소리를 하면 내내 가슴에 담아 두며 찧는 소리를 했다.


무엇보다 언니는 고향으로 내려와 유일하게 친하게 지내는 미옥을 끔찍이 싫어했다. 언니는 내게 사람 보는 눈이 틀렸다고 했다.


미옥이 걔는 풍파가 많아. 남편도 자살하지 않았니? 그런 이들과 어울리면 너에게도 액운이 따라붙어.

액운이라니. 교회 다니는 사람이 그런 걸 믿어? 미옥인 생일 때문에 이혼했대.


세상천지에 생일 때문에 이혼했다는 여자는 못 봤다. 미옥인 거짓말쟁이야, 어릴 때도 그랬어. 남자관계는 또 얼마나 복잡했니? 얼굴값 한다고 소문이 파다했어. 남편 빚 때문에 이혼했고 혼자 살던 남편이 명절 때 자살했어.


언닌 어디서 들었는데?


세상에 비밀은 없거든.

물론 미옥이에 대해 소문은 많았다. 남편에게 여자가 있었네, 불임 때문에 이혼했네, 남편 빚이 수십억이었네, 하지만 미옥의 입을 통해서는 듣지 못한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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