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갈양복점 2

어색한 동행

by 용작가

주원은 손도 씻지 않은 채 식탁에 앉았다. 코로나 확진자가 백 명이 넘었다는데 조심성이라고는 없는 아이다. 스물일곱이라는 나이는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다. 주원을 볼 때면 아직도 어린 티를 못 벗은 거 같아 씁쓸했다.


손을 씻어라.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설명이 필요하냐며 잔소리를 하고 싶은 마음을 누르며 겨우 한마디 했다. 주원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싱크대에서 대충 손을 씻었다. 허겁지겁 라면을 먹는 것으로 보아 점심을 제때 먹지 못한 모양이었다.


주원이 미국에서 돌아왔을 때만 해도 오랜 기간 자리를 잡지 못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대학을 마쳤으니 식은 죽 먹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웬만한 자리는 쉽게 얻으리라 기대했다. 게다가 요즘 가장 취업이 잘 된다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주원은 취업에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였다.


이제 그만 돌아오라고 했을 때 주원은 머뭇거렸다. 주원은 대학원에 진학해 학업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말은 하지 않았으나 완곡히 돌아올 것을 사정했다. 물론 아내는 주원의 귀국을 극구 반대했다. 지금 돌아오면 모든 것이 헛수고라고 했다.


여보, 좀만 고생하자. 당신 아직 일할 수 있잖아.


나는 아내에게 현실을 보라고 조언했다. 운이 좋아 재취업을 한다고 해도 계약직이라 연봉이 낮을 것이 뻔했고 그녀의 벌이로는 유학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결국 주원은 한국으로 돌아왔다. 주원이 내 결정을 서운해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금방 괜찮아지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쉬이 마음을 잡지 못하는 눈치다. 주원은 한국에는 자신이 원하는 직장이 없다고 말했다. 연봉이 낮다거나 보수적인 조직문화가 싫다거나 미래 가능성이 없는 기업이라거나 등등 여러 이유로 취업을 미뤘다.

그런데 어디 가신다고요?


의령에 다녀오려고. 너도 갈래?


거기 뭐가 유명하죠?


동굴 법당이 있다더라.


법당이요? 거길 왜요?


마땅히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버지의 말처럼 영험하다느니 그런 말은 할 수 없었다. 그저 신라 시대에 지어진 오래된 사찰이라는 것 외에.


절은 여기도 많잖아요. 굳이 거기까지…….


주원의 말도 맞다. 사찰이라면 광주 근교에도 얼마든지 있다. 동굴 법당은 아니지만 말이다. 동굴 법당이라고 해서 특별히 영험할 리가 있을까.


전라도를 떠나 여행을 하는 거지. 의령은 너도 가본 적이 없지?


주원이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돌렸다.


아빠, 저 주식을 할까 봐요. 코인을 하거나요.


최근 부쩍 모니터에서 눈을 못 뗀 이유가 주식 때문이었던가.


주식이 쉬운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도 돈을 잃는다고 하더구나. 차라리 네 능력에 맞는 일을 하고 적당한 월급을 받는 것이 좋아.


취업하기 전에 잠시 하려고요. 그리고 직장 생활만으로는 돈을 못 벌어요. 아빠도 아시잖아요. 돈이 돈을 버는 시대라는 것을요. 요즘은 투자가 필수에요.


투자금은 있는 것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만두었다.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나는 식탁을 치우며 재차 의령에 가겠느냐고 물었다. 주원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제 방으로 들어갔다.

사실 주원과 동행을 하고 싶은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아버지와의 동행도 거북한데 주원이 낀다면 더욱 어색할 것 같았다. 아닌가. 주원은 아버지와는 농담도 잘하고 했으니 셋이 모인 자리가 오히려 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주원이 따라나서겠다고 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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