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갈양복점 3

아직 불이 꺼지지 않은 이름

by 용작가

아버지는 왜 내게 함께 가자고 했을까? 선모도 있고 현모도 있는데 말이다. 나는 살가운 아들이 아니었다. 가족 모임 외에 따로 안부를 묻지 않았고 아버지도 그것에 대해 서운함을 토로하지 않았다. 데면데면 지냈지만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친인척 결혼식이나 장례식에는 현모가 동행했으며 현모의 가족과 여름휴가도 같이 보내는 눈치였다. 여느 때 같으면 당연히 현모에게 부탁을 했을 것이다. 혹시 나의 실직을 알고 있는 것인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답답한 마음에 자동차에서 내려 담배를 물었다. 차가운 공기 중으로 빠르게 사라지는 담배 연기를 일별하며 양복점 쪽으로 걸었다.


유리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았다. 불이 켜진 것으로 보아 잠시 어딜 나간 모양이다. 잘 정돈된 내부와 벽에 걸린 유행이 지난 옷감들, 낡은 재봉틀, 변한 것은 없다. 하지만 내 기억은 정확한 편은 아니다. 어릴 적부터 나는 양복점에 드나드는 것을 싫어했다. 날카로운 바늘과 뜨거운 다리미, 드르륵, 드르륵 재봉틀의 소음이 신경을 건드렸다.


어젯밤 아버지는 집이 아닌 양복점에서 만나자고 했다.


무슨 일 있어요?


바닥도 닦고, 재봉틀 청소도 해야지. 재봉틀은 매일 기름칠이 필요해. 그래야 박음질이 잘 된단다.


먼 길을 떠나는 단 하루도 아버지는 양복점을 잊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양복점에 손님이 들지 않은 지 오래였다. 그가 하는 일이라야 지인들이 맡기는 일감뿐이었다. 부지런히 재봉틀을 돌려야 하루 삼만 원을 벌 수 있다고 들었다. 그마저도 겨울에 잠깐 일이 있을 뿐이다. 월세에 관리비며 아무리 생각해도 수지가 맞지 않는 장사였다.


아버지, 양복점 접으세요.


그래도 리갈양복점을 기억하는 이가 있단다. 가끔 찾아오는 이들이 있어.


그 사람들을 위해 문을 연다고요. 누가 알아준다고…….


이게 내 일이다.


리갈양복점. 그곳에서 아버지는 오십 년이 넘는 세월을 보냈다. 그에게 영광된 시절이 있긴 있었을까. 맞춤복이 시절이 좋을 때는 잠깐이었다. 내가 중학생이 되자마자 기성복이 쏟아졌고 그 길로 맞춤옷은 쭉 내리막길이었다.


충장로는 이젠 너무나 적막하다. 한때는 돈이 모이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돈은커녕 사람 구경도 어렵다. 다들 떠난 자리에 리갈양복점만이 남았다. 아니지. 양복점 이층에 자리한 오가다방도 있다. 리갈양복점과 오가다방은 세월의 흐름에 무관한 듯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길을 잃은 듯 보였다. 떨어져 나간 간판과 깨진 유리, 칠이 벗겨진 외벽, 그런 곳에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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