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우리 엄마는 늘 집에 계셨다.
엄마가 집에 있어서 난 너무 좋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학교에서 돌아오면 엄마는 항상 집에 있었다.
현관문을 열면
부엌에서 나는 음식 냄새가 먼저 반겨 주었고,
곧이어 “왔어?” 하고 부르는 엄마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는 늘 우리 삼 남매를 챙겼다.
지금 돌아보면 우리 집이 아주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시절의 기억은 이상하게도 가난하지 않다.
엄마의 손길이 있었고
엄마의 밥상이 있었고
곳곳에서 엄마와 함께한 추억의 시간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 집은 늘 따뜻했다.
나는 엄마가 있는 집이 좋았다.
특히 음식을 참 잘하셨던 우리 엄마의 밥이 좋았다.
엄마가 차려 준 밥상은
언제나 이상하게 마음까지 배부르게 했다.
가끔 학교에 엄마가 오는 날이면
괜히 마음이 더 들떴다.
엄마가 교문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면
왠지 모르게 세상에서 내가 제일 든든한 아이가 된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더 열심히 공부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몰랐다.
엄마가 집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안정이었는지.
엄마의 밥상이 얼마나 큰 사랑이었는지.
그리고 그 따뜻했던 집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순간이었는지.
IMF가 우리 집에도 찾아오면서
우리 가족의 시간은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엄마는 집 밖으로 나가야 했고
나는 조금 더 빨리 어른이 되어야 했다.
그때부터였다.
엄마와 나의 시간이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 것은.
그리고 나는 아직 몰랐다.
그 시간이 지나고 나서 내가 다시
엄마와 14년을 함께 살게 될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