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이렇게 가족을 기억하게 된다

by 뚝이샘

3월 2일~ 대체공휴일

비가 조용히 내리던 아침이었다.
그날 우리는 4세대가 함께 강화도로 향했다.


정월대보름이라 어머님 댁에 온 가족이 모였다.

식탁에는 오곡밥과 여러 가지 나물이 놓였다.
한 해의 건강을 빌며 우리는 천천히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느지막이 강화도로 출발했다.

그날 여행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다.

우리 딸 큰고모가 중학생 조카들을 위해 준비한
개학 선물 같은 여행이었다.


이번 여행의 구성은 조금 특별했다.

24개월 된 아기부터
80대의 우리 어머님까지.

4세대가 함께 움직였다.


우리 딸 기준으로

할머니, 큰고모, 사촌동생. 그리고 큰고모 손자.


아기의 웃음소리와 어머님의 느린 걸음이
같은 하루 안에 있었다.


각자의 시간 속에서 살던 사람들이
그날만큼은 같은 시간을 살았다.


강화도에 도착해 우리는 맥반석 찜질을 했다.

따뜻한 열이 올라오는 방 안에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
몸에서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땀이 잘 나지 않는 나인데
그날은 이상하게도 땀이 계속 흘렀다.


몸이 풀리면서 마음은 더욱 많이 따뜻했다.

찜질을 마치고 우리는 식당에 앉아 밥을 먹었다.


그때 큰고모가 아이들에게 말했다.

“고모가 개학을 앞두고

너희들에게 좋은 기운을 주려고 데려온 거야.

목욕도 하고 밥도 든든히 먹었으니

올 한 해 학교생활 힘내서 하렴.

언제나 너희 뒤에는 가족이 있으니까 겁내지 말고.

항상 당당히 최선을 다하렴”



그 말을 듣는 순간 이 여행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손자가 있는 60이 넘은 고모가 10대 조카들을 위해
이렇게 하루를 준비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안다.


그래서 그날의 여행이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아기부터 어머님까지 4세대가 함께 앉아
밥을 먹고 함께 시간을 보낸 하루.


어쩌면 아이들에게는
이 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을지도 모른다.



살다 보면 힘든 날도 오겠지만

문득 이런 기억이 떠오르며
아이들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내 뒤에는 언제나 든든한 우리 대가족이 있었지.'


개학을 앞둔 아이들에게
가족이 건넨 하루.

어쩌면 그 어떤 응원보다
든든한 선물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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