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고도 나는 오랫동안 엄마와 함께 살았다.
그래서인지 엄마의 음식은 늘 내 삶의 일부였다.
아침이면 부엌에서 밥 짓는 소리가 들렸고
저녁이 되면 식탁 위에는 따뜻한 국이 올라왔다.
그중에서도 미역국은
엄마가 가장 쉽게 끓이는 음식 같았다.
엄마는 늘 말씀하셨다.
“뚝이야~ 미역국이 제일 쉬워.
대충 끓여도 맛있어.”
그래서 나는 미역국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쉽게 끓일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런데 여러 사정으로
엄마와 따로 살게 된 지 두 달.
오늘 드디어~처음으로 미역국을 끓였다.
한참을 끓였다.
모양은 분명 미역국이었다.
그런데 맛은 참 솔직하게
그냥 미역 맛이었다.
그 순간 문득 알게 되었다.
엄마가 말한
“대충 끓여도 된다”는 말은
정말 대충 끓여도 된다는 뜻이 아니라
그 오랜 시간 동안 엄마의 손에
이미 스며들어 있던 사랑의 방식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나는 이제야 깨닫는다.
엄마의 음식은 레시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오래 사랑하며 살아온 시간으로 완성된다는 것을.
엄마와 떨어져 산 지 고작 두 달.
그런데도 나는 벌써
엄마가 끓여주던 국이 그립고
엄마가 머물던 방이 그립고
엄마가 집 안에 있다는
그 따뜻한 기척이 그립다.
오늘 저녁 나는 미역국 한 냄비 앞에 서서
비로소 엄마가 내게 해주었던 수많은 식사들이
얼마나 큰 사랑이었는지 조용히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언젠가~ 내가 누군가에게
따뜻한 국 한 그릇을 끓여줄 수 있게 된다면
그때야 비로소
엄마의 미역국 맛에
조금은 가까워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