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유치원 버스를 거부하던 아이는 어디로 갔을까

by 뚝이샘

출근길, 노란 유치원 버스를 봤다.


매일 스쳐 지나가는 풍경인데,

이상하게 오늘따라~

아무 예고도 없이

오래된 기억 하나가 조용히 떠올랐다.


가정 보육만 하다가 처음 유치원을 가게 된 날.


설레는 건 엄마였고, 아이의 표정은…
조금 낯설고, 조금은 불안해 보였다.


드디어 유치원 차가 도착했다.


그런데...


아이는 한참을 바라보더니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


“엄마… 내가 생각한 큰 유치원 버스가 아니야.
나 유치원 안 가.”

그 말이 귀엽기도 했고,
괜히 마음 한쪽이 찡하기도 했다.


그날, 나는 처음 알았다.


유치원도 아이의 기대를 통과해야
입학할 수 있다는 것을.


TV에서 보던 그 커다란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던 아이에게는, 눈앞에 온 작은 차가

조금은 낯설고, 조금은 실망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날부터~

아이의 유치원은 버스가 아니라

할머니의 손에서 시작되었다.



어른걸음으로 걸어서 30분 거리.

작은 손으로 할머니 손을 꼭 붙잡고,

그 길을 매일 걸어 다니던 아이.


어느 날은~

중간에 멈춰 서서 세상 서러운 표정을 짓다가도,

또 어떤 날은~

할머니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조금씩 걸음을 옮긴다.


그 길은 분명 힘들었을 텐데,


이상하게 그 시간은 사라지지 않고 오랜 기억으로 남았다.


그렇게 5살이던 우리 아이는...

할머니 덕분에 예쁘게 자라서

이제는 벌써 중2가 되었다.

어제부터 중간고사 준비를 시작한 딸.


스터디카페에서 밤 11시까지 버티고,
집에 오면 그대로 잠이 든다.


그리고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 다시 책을 펼친다.

매일은 아니지만, 그 모습이 참 기특하다.


그래서 요즘은 아무 말 없이
그 아이를 한 번 더 바라보게 된다.


문득 생각한다.


그때 유치원 가기 싫다고 울던 아이가

이제는 스스로 공부하고,

스스로 버티고, 스스로 잘~ 자라고 있다는 것을.



엄마 손을 놓지 않던 아이가,

이제는 스스로 하루를 붙잡고
살아내고 있다는 것을.


아이를 키운다는 건
사랑을 주는 일인 줄 알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보니
조금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잡고 있던 손을 놓지 않으려 애쓰는 일이 아니라

조금씩, 아주 조금씩 놓아주는 연습이었다.


오늘도 나는 대견한 아이를 보며 웃다가,

괜히 마음 한편이 시려온다.


조금은 서운하고, 조금 많이 그립고,
조금 더 안아주고 싶어진다.


그래서일까.


노란 유치원 버스 하나에도 이렇게 마음이 멈추는 날이 있다.

그날, 유치원 버스를 거부하던 아이는 어디로 갔을까.


지금 내 앞에서 말없이, 자기 몫의 하루를

묵묵히 살아내고 있다.


그리고 엄마인 나는, 그 아이를 보며
조금씩 손을 놓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그렇게 엄마인 나도 조금씩 아이 손을 놓으며

엄마로서 더욱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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