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뚝이~, 신생아야?"

- 12시간을 자버린 나에게, 남편이 던진 한마디

by 뚝이샘

주말이 더 피곤했다.
사춘기 딸과 하루 종일 눈치 싸움.

말 한마디에도 신경이 곤두서고,
함께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이상한 압박감에 시달렸다.


여름 방학 첫날부터 딸은 감기에 걸렸다.
나는 퇴근하자마자 식탁에 앉아 대충 저녁을 챙기고는
아이 옆에 조용히 누웠다.


그리고…
기억이 없다.

오늘 아침,
눈을 뜨자 햇살이 너무 맑았다.

몸이 가벼웠다.
어지럽게 울리던 머릿속도 어쩐지 고요했다.

시계를 확인하니 7:30 AM.


어제저녁 7시쯤 누웠으니
무려 12시간을 자버렸구나.
나는 신생아처럼, 세상과 단절된 채로
통잠을 자버린 엄마가 되어 있었다.

출근 준비로 분주한 나를 보며

남편이 슬쩍 웃으며 말했다.

“우리 뚝이, 신생아야?”

그 한마디에
빵 터졌다.

그리고… 순간 울컥했다.

사춘기 딸을 키운다는 건
다시 육아의 초입에 서 있는 것 같다.

다 컸다고 생각했지만,
아이는 여전히 감정의 폭풍 속에서 흔들리고
나는 그 옆에서
애써 중심을 잡으려 한다.

더욱이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발레를 잠시 놓고 있는 아이가~

혹여 공허함을 느끼지는 않을지~

허탈함을 느끼지는 않을지~

예의주시하며 모든 레이저를 아이에게 집중하고 있는 중이다.



생각해 보면 신생아 시절엔
수유하랴, 재우랴, 안아주랴
내 몸 하나 온전히 쓸 수 없었는데
사춘기 육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단지, 무게 중심이
아이의 감정으로 옮겨갔을 뿐.


그렇게 나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딸의 감정을 감싸 안으면서
나의 감정은 천천히 바닥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오늘의 12시간의 잠은
몸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 잠든 시간이었다.


남편의 말은 농담처럼 들렸지만
그 안엔 진심이 담겨 있었지도 모른다.

“너도 좀 쉬어.”
“너도 누군가에게 돌봄이 필요해.”
“괜찮아, 잠깐 신생아처럼 살아도 돼.”


나 역시 한 아이의 엄마이면서도,
누군가의 딸이자 아내이자,
무너지지 않으려고 애쓰던 한 사람으로서
조용히 다독임을 받았다.


이제~ 통잠의 기적은 끝났고
나는 또다시 출근길에 오른다.

하지만 다르다.
어젯밤의 잠이,
내 안의 어떤 문을 살짝 열어준 것 같다.


오늘 하루는
조금 더 나를 돌봐주기로,
그렇게 마음먹는다.


엄마도 가끔은 신생아처럼 자고,
신생아처럼 안아줘야 한다.
그럴 자격, 우리에게 충분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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