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집을 팔러 갔을 뿐인데, 세상은 나에게 '배움'이라는 선물을 안겼다
남편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집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런데 40이 넘도록
계약서 한 장 써본 적이 없었다.
동네 부동산 문을 단 한 번도 열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 내가,
이제 부동산에 가야 했다.
그래서 아는 지인에게 도움을 청했다.
“나 부동산에 대해 정말 하나도 몰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지인은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다 처음엔 그래.
근데 하나만 기억해.
모르면 말을 줄여.
대신 사장님이 말을 많이 하게 만들어.”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말은 내게 ‘작은 지혜’였다.
그 조언이 없었다면 나는 아마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사장님~ 저희 남편 사업이 어려워서요,
집을 급히 팔아야 하거든요…”
그리고 구구절절,
나의 사정을 다 이야기했겠지.
내 패를 스스로 다 보여주면서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어리석다.
지인은 귀한 조언과 함께
부동산 가기 전에 내가 꼭 보고 갔으면 하는
유튜브를 추천해 주었다.
나는 그날 바로 유튜브로 공부하고,
지인의 조언을 마음에 새기고, 말을 아끼는 연습을 했다.
그리고, 떨리는 마음으로
부동산 문을 열었다.
손끝이 차가웠고 심장은 콩닥콩닥 뛰었다.
잠시 숨을 고르고
담담히 안으로 들어갔다.
신기했다. 말을 줄이니
세상이 들리기 시작했다.
사장님의 말투, 시장 분위기, 요즘 거래가 얼마나 어려운지,
내가 몰랐던 세상 이야기가 조용히 귀로 들어왔다.
이야기가 끝날 즈음, 사장님이 나를 보며 말씀하셨다.
“젊은 사람이 참 차분하게,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주네.”
나는 웃었다.
속으로는 ‘잘 몰라서요…’
그 말이 입안에서 맴돌았다.
하지만 겉으로는 담담히 말했다.
“사장님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신 덕분입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집 많이 많이 보여주세요.”
그렇게 나는 첫발을 뗐다.
누군가에겐 아무 일 아닐 수도 있지만,
나에겐 세상으로 한 걸음 내디딘 큰 용기의 순간이었다.
한 번 해보니,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두려움째로 문을 열었을 뿐인데,
세상이 조금은 가까워졌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세상은 생각보다 차갑지 않았고,
진짜 어른이 된다는 건,
두려움 앞에서도 내 이름으로 서 보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