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그 나이가 되어 보지 않았다

by 뚝이샘

어른들은 투정을 안 부릴 것 같죠?
하지만 저는 매일 봅니다.
살짝, 은근히, 그리고 참 귀엽게 생떼를 부리는 어른들을요.


제가 근무하는 특별한 고등학교에는
10대부터 80대까지,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온 학생들이
한 교실에 모여 있습니다.


각자의 삶이 단단해서
어떤 순간에는 더 잘 이해해 줄 것 같지만,
또 어떤 순간에는 그 단단함이 오히려
서로에게 콘크리트 벽처럼 느껴지기도 하지요.

그런 분들이 가끔씩 담임인 저에게 이렇게 말문을 엽니다.


“선생님… 저 그런 사람 아닌 거 아시죠?”

(아 네네… 그런데 지금 살짝 떼쓰고 계셔요^^)


그리고 이어지는 말들은

하나같이 진심이고, 때로는 너무 귀엽습니다.


“앞자리로 가면 더 열심히 공부할 거 같아요.”
(옆자리 학생의 수다가 조금 버거우셨던 모양이다.)


“저 친구가 저를 너무 쳐다봐서요… 집중이 안 돼요.”
(네, 그 이유… 많이 익숙하죠? ^^)


그리고 반편성까지 디테일합니다.

“내년엔 저 친구랑은 다른 반 부탁드려요.”
“그런데 저 친구랑은 꼭 같은 반 해주세요. "

(반 편성은 제 영역이 아닙니다. 불가능의 영역입니다.)


저는 속으로 살며시 웃습니다.
어른인데… 진짜 고등학생이다.


맞아요.
신체적 나이는 모두 다르지만
학교에 오면 우리는 모두 고등학생이 됩니다.
그 순간 생겨나는 작은 질투와 투정.
저는 그것이 참 사랑스럽습니다.


물론 가끔은
“조금만 더 상대를 배려하면 좋을 텐데…”

하는 마음도 스칩니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다짐합니다.


나는 아직 그 나이가 되어 보지 않았다.
지금은 이해되지 않아도, 그 나이가 되면 나 역시
어떻게 행동할지 모르니까.


그래서 저는 일단 우리 학생들의 투정을 잘 들어줍니다.

그리고 제가 해줄 수 있는 범위 안에서는 최선을 다해 반영합니다.

서운한 마음이 들지 않도록,

더 즐겁게 학교 생활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최선을 다합니다.


오늘도
살짝의 투정, 은근한 생떼, 조심스러운 떼쓰기 사이에서
웃음과 성장, 사람 냄새가 피어납니다.


살아 있다는 건, 내 마음이 아직도 누군가에게 닿고 싶어 한다는 뜻입니다.

몇 살이 되었건, 우리는 여전히 실망하고, 기대하고, 서운해하고,
다시 용기를 꺼내어봅니다.

그 모든 감정이 꿈을 버리지 않았다는 증거라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학생들이 건네는 작은 투정까지도
소중하게 받아들입니다.

잠시 삐지고, 조금 멈춰 서더라도, 다시 걸어가려는 마음이 그 안에 있으니까요.


우리는 각자의 시간 속에서 여전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조금 늦은 배움, 조금 느린 한 걸음이라도,

끝내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어떤 위대한 이름보다 ‘학생’이라는 이름이 어울립니다.


그리고 그 여정 곁에 한 사람쯤은 묵묵히 서 있어야 한다면

저는 기꺼이 그 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하루를 더 살아낼 힘을 건네줄 수 있는 담임으로.

우리의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직, 배우는 중입니다.
저도 아직...배우고 자라는 중입니다.

제가 아직 그 나이가 되어 보지 않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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