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수학 문제와 대화 중, 나는 그 모습을 배우는 중

by 뚝이샘

중1 첫 기말고사를 앞둔 요즘.

딸과 수학공부를 오랜만에 한다.

오늘은 ‘원과 부채꼴’을 함께 보기로 했다.

문제집 위엔 색색의 펜 자국이 가득하고,
연필 끝엔 작은 긴장감이 맴돈다.
딸은 집중할수록 말이 줄어들고,
나는 그 옆에서 괜히 숨을 죽인다.


문제는 색칠한 부분의 넓이를 구하는 부채꼴 문제.
수십 번을 풀어도 매번 헷갈리는,
그 대표적인 유형이었다.

한참을 씨름하던 딸은 문제를 향해 말한다.



“수학 문제야. 이제 색칠 좀 그만하자.
그냥 평범한 원의 넓이,

색칠 안 한 부채꼴의 넓이를 구하고 싶구나.

그것만도 충분히 어렵단다. ”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가만히 아이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우리 딸~ 지금 문제와 싸우는 게 아니라,
어려운 수학 문제와 대화하고 있는구나.


“왜 그렇게 돼?”
“이건 꼭 색칠해야 돼?”

문제한테 묻고, 스스로 답하고,

문제를 설득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삶의 문제도 결국은 이렇게 대화를 걸어야 풀리는 게 아닐까.

급하게 지워버리지 않고, 색칠로 덮어버리지 않고,
조용히 마주 앉아
“우리, 천천히 풀어보자.”라고 말하는 것처럼.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다윤이네 가족은 다음 그림과 같은 두 피자 A, B를 주문하였다.
피자 A는 지름이 24cm이고 6등분,
피자 B는 지름이 30cm이고 10 등분되어 있다.
두 피자 중 한 조각을 선택할 때, 어느 쪽이 더 많은 양을 먹을 수 있을까?


딸은 말한다.

"똑같은 것을 주문하지. 왜 굳이 다른 크기를 주문해 놓고,

나한테 해결하라고 하는 거야?"


나는 웃으며 말했다.
“수학은 늘 한 번 더 생각하게 하잖아.”


그날 이후로 나는 자주 생각한다.
공부란 결국 ‘정답을 맞히는 일’이 아니라,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법을 배우는 일이라는 걸.


딸이 문제 속에서 ‘왜’를 묻고,
스스로의 답을 찾아가는 그 과정.

그건 어쩌면 삶의 연습일지도 모른다.


오늘, 딸은 수학을 공부했지만
나는 딸에게서 ‘삶을 푸는 법’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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