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문제 보다 어려운 문제, 엄마의 마음이었다.

by 뚝이샘


“엄마, 나 진짜 아팠거든.
얼마나 아팠는지 알아?
나도 참고 참다가 조퇴한다고 했겠지.”


그래, 내가 우리 딸을 그렇게 몰랐구나.


결국 딸은 독감이었다.

딸이 독감에 걸린 줄도 모르고 학교에서 더 버텨보라 했으니...

우리 딸, 이번엔 더욱 엄마한테 서운했나 보다.


그렇게 주말 동안 푹 쉬고 나서

기말고사를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딸은 수학책부터 펼친다.


이제 좀 괜찮아진 얼굴로 말한다.
“엄마, 나 아픈 동안 너무 쉬었나 봐.

수학 문제에 대한 감이 떨어진 것 같아.
이래서 고등학교 언니들이 아파도 쉬지 않고 공부하는 거구나.”



순간 웃음이 났다.

옆집 아이였다면 귀엽고, 기특했을 텐데...

우리 집 아이라 어금니부터 꽉~ 깨문다.

그리고 크게 심호흡 한 번을 하고

가장 차분하게 말한다.


“그렇지. 그래서 언니들이 아프면

약 먹어가면서 공부하는 거야.

우리 딸도 이번 독감으로 깨달았으면

엄마는 그걸로 충분해.”


엄마인 나는 수학 선생님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우리 딸과의 수학 공부는 어렵다.
설명할 때마다 감정이 앞서고,
조언할 때마다 잔소리가 된다.


그래서 오늘은 아이에게도 수학 공식보다

숨 고르는 법을 먼저 가르쳤다.
“천천히 해도 괜찮아. 아플 땐 멈춰도 돼.”


딸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각형 문제를 한 장 넘겼다.


나는 옆에서 생각했다.
‘아, 이건 단순한 문제풀이가 아니구나.
오늘 아이와 머리를 맞대고 수학 문제를 고민하는 시간은
단순히 다각형의 각도의 크기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녀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시간이구나 싶다.


수학은 여전히 어렵지만,
엄마의 마음은 그보다 더 복잡하다.
정답은 늘 하나가 아니니까.


아플 땐 멈췄지만, 이제는 다시 달린다.
이번엔 수학공식이 아니라,
‘회복의 공식’을 외우는 중이다.



“오늘 우리가 해결한 것은 단순한 수학 문제가 아니라,

서로의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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