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면대에 물을 채우고 먹물 한 방울을 떨어뜨렸다.
툭.
별일 아닐 거라 생각했는데 순식간이었다.
깨끗하던 물이 놀랄 만큼 빠르게 어두워졌다.
그 장면이 마음에 오래 머물렀다.
아이나 어른이나, 안 좋은 것은 정말 빨리 스며든다.
누군가의 투덜거림에 공기가 바로 가라앉고,
비교 한 마디에 마음의 색이 단번에 흐려진다.
가르쳐주지 않아도, 연습하지 않아도,
우리는 그런 것들을 참 잘 배운다.
속상함, 짜증, 예민함.
스며드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몇 초였다.
참 빠르다. 참 쉽게 물든다.
검어진 물을 다시 맑게 만들려면
한 번의 맑은 물로는 부족했다.
부어야 했다. 또 붓고, 또 붓고.
시간도 들고 손도 가고
인내도 필요했다.
그 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좋은 변화는 조용히, 천천히, 깊게 스며든다는 걸.
따뜻한 말, 부드러운 표정,
편안한 관계, 좋은 사람 한 명.
그건 번개처럼 오지 않았다.
하지만 한 번 자리 잡으면
쉽게 흐려지지 않았다.
나는 40이 넘어서야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빠르게 흔들리고
얼마나 쉽게 물든다는 걸 알았다.
나이가 마음을 단단하게 만드는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상황에 따라 금방 흐려지고
관계에 따라 쉽게 흔들렸다.
그제야 인정했다.
어른도 배우는 중이고,
나도 여전히 스며드는 사람이라는 걸.
스며드는 건 한순간이다.
안 좋은 말, 나쁜 분위기, 거친 감정은
방심한 틈에 바로 번진다.
하지만
달라지는 건 시간이다.
좋은 마음, 건강한 관계, 따뜻한 변화는
천천히 자리를 잡는다.
그래서 오늘 나는 선택한다.
안 좋은 것에 금방 물드는 사람이 아니라,
좋은 것을 오래 배우는 사람.
누군가의 마음을 흐리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을 맑게 만드는 존재.
그리고 조용히 다짐한다.
변화가 느려도 괜찮다.
대신, 좋은 쪽으로 스며들면 된다.
오늘도
한 방울의 맑음을 배워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