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을 준비하던 시절,
나는 매일을 버틴다는 말로 살아 있었다.
누구도 모르게, 혼자만의 전쟁을 치르듯.
노량진으로 향하는 9호선은 늘 나를 시험대 위에 올려놓았다.
그래서 어떤 날은 일부러 급행을 타지 않았고,
어떤 날은 노량진 역을 그냥 지나쳤다.
그 잠깐의 회피가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알게 됐다.
도망친다고 고통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걸.
오히려 더 불편해질 뿐이라는 걸.
그리고 그 불편함을 견디는 사람도
결국 나라는 걸.
임용 하나에 걸었던 긴 시간.
돌아보면 아깝고,
가끔은 허무했다.
그래서 ‘포기’라는 말을 차마 입 밖에 꺼내지 못했다.
포기는 패배 같았고, 내 지난 시간들을 부정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어느 조용한 순간, 마음 한편에서 이런 속삭임이 들렸다.
“이 길이 너의 전부는 아니야.”
그때 비로소 알았다.
포기는 실패가 아니라, 나와 맞지 않는 길에서 돌아서는 용기라는 것을.
합격해야 끝이라고 믿었지만
죽을 만큼 버텼기에
오히려 임용에 대한 후회는 남지 않았다.
내가 들인 시간, 비용, 눈물.
그 모든 것이 나를 부정한 시간이 아니라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도망치던 날은 부끄러운 날이 아니었다.
다시 일어설 힘을 모으던 날이었다.
길을 바꾼 건 실패가 아니었다.
내 삶을 책임지겠다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첫 승리였다.
누군가의 합격 발표가 아니라,
누군가의 박수가 아니라,
다시 나를 선택한 순간
극복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닫는 데 오래 걸렸지만,
그 시간 없이는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요즘 나는 세상이 아니라 나에게 집중하고 있다.
남의 기준이 아니라 내 마음의 속도에 맞춰 걷고 있다.
그 과정에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나는 나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
오늘 아침, 눈을 뜨며 처음으로 이런 말을 건넸다.
“괜찮아. 오늘의 우리 뚝이, 참 사랑스럽다.”
임용을 놓았을 뿐,
나는 나를 놓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실 하나가
내 인생을 다시 움직이고 있다.
극복은 거창한 승리가 아니다.
누구에게 인정받는 순간도 아니다.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나를 사랑하기로 결정한 순간
그것이 바로 극복의 시작이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용히, 단단하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다시 나를 선택한다.”
그리고 그 선택 하나로
내 인생은 다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