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나’로 살게 해 준 사람

by 뚝이샘

나는 남편을 정말 존경한다.


오랜 시간 나의 임용 공부를 뒷바라지해 준 사람이라서가 아니다.
남편은 내가 ‘나’로 살 수 있도록 해준 사람이다.


일요일 저녁, 우리는 식탁에 마주 앉아
우리 부부의 남은 반년의 계획을 조심스레 꺼냈다.


“우리 뚝이. 정말 요즘 생각보다 잘하는데?

남은 시간은 뚝이는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살고 싶어?”

남편이 먼저 묻는다.

“올~ 마음이 통했네.

사실 요즘 이것저것 나도 생각이 많아.

그래서 나의 생각을 하나씩 정리하고 있어.”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래도 돼. 내가 항상 말하지만~

나를 보면서 우리 뚝이는 무엇이든지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아.

무슨 일이든 더 미루지 말고,

생각날때, 하고 싶을 때 해.

그래도 아직 내 나이가 되려면 멀었잖아.”


이 사람의 말은 늘 그렇다.

나를 재촉하지 않는다.
대신 내가 나를 믿을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을 건네준다.


남편과 결혼하기 전에는

당연히 내가 보는 세상~

내가 그동안 경험했던 세상~

내가 아는 세상이 전부인 줄 알고 살았다.

그때 남편은 앞서 끌지도, 뒤에서 밀지도 않았다.

자신이 먼저 살아본 이야기들을
나에게 조용히 나눠주었다.

그리고 몸소 보여주었다.

덕분에 나는 내가 아는 세상이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되었고

더 넓게 세상을 볼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했다.


“나는 그때 말이야…” 로 시작되는 그의 말들은
정답이 아니라 삶의 기록에 가까웠다.

말이 많지도 않은 남편은

내가 필요할 때 본인의 경험을 나눠주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선택은 늘 내 몫으로 남겨두고,
결과 또한 내가 온전히 겪도록 두는 사람.



그래서 나는 누군가의 아내이기 전에,
나에게 주어진 어떠한 역할보다 먼저

온전한 한 사람으로 설 수 있었다.


온전한 내가 되도록,

남편은 자신의 시간을 덜어
나의 시간에 보태주었다.


내가 흔들릴 때도
“괜찮아.”라는 말로,
확신이 없을 때도
“그럴 수 있어.”
라는 말로
내 곁을 지켜주었다.


나는 그 긴 시간 동안 미처 알지 못했다.
그 기다림이 얼마나 깊은 사랑인지.

나보다 먼저 삶을 살아낸 사람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는 건 큰 축복이다.



먼저 넘어져 보고,
먼저 다시 일어서 본 사람이
매일의 생각을 나누어주니,

나는 이제 무엇을 시작해도 두렵지 않다.

“우리 남은 반년은 이렇게 가볼까?”

내 말에 남편은 웃으며 답한다.

“좋다. 뚝이 너 하고 싶은 거 다~해.”


그 한마디에 나는 다시 알게 된다.

사랑은 붙잡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자기 자신으로 살 수 있도록
조용히 등을 내어주는 일이라는 걸.


그리고 나는 그 사랑 안에서
오늘도 조금 더 '나답게'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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