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나도 이제 진짜 친정이 생겼어.
오늘은 친정에서 자고 올게.”
이 말을 꺼내는 순간, 왜인지 모르게 가슴이 먼저 울컥했다.
결혼하고 곧바로 임용공부를 해야 했기에
우리의 신혼은 친정 바로 옆에서 시작됐다.
아이를 낳고, 전적으로 공부해야 했던 딸을 위해
엄마는 우리 집과 엄마집을 오가며 아이를 봐주셨다.
“너는 공부만 해.
다른 건 엄마가 할게.”
그 말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나는 그 시간을 ‘희생’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더 봐주시기 위해
결국 우리는 합쳤고,
그렇게 엄마와 함께 산 시간이 10년을 훌쩍 넘겼다.
그러다 최근, 여러 사정으로 엄마와 분리를 하게 됐다.
분리한 지 2주.
집은 분명 우리 집인데, 마음은 자꾸 허전했다.
더욱이 새해가 되자마자 입원해서 몸이 아픈 나를 위해 엄마가 달려오신다고 했다.
“엄마, 오지 마.
퇴원하고 내가 갈게.”
그렇게 나는 퇴원 후, 바로 엄마에게로 갔다.
엄마 집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마침 딸도 겨울방학을 맞아 한달살이를 떠났기에.
온전히 나 혼자 엄마와 하루를 보냈다.
엄마와 그렇게 단둘이 잠이 드는데....
갑자기 나도 모르게 말이 나온다.
“엄마…
정말 많이 고맙고, 많이 미안해.”
이 말 한마디에 엄마와의 지난 시간이
주르륵 스쳐 지나갔다.
아이를 안고 우리 집과 엄마 집을 오가던 엄마의 발걸음,
내가 책상 앞에 앉아 있을 수 있게 뒤에서 버텨주던 시간들.
엄마의 품이 나도 그리웠나 보다.
엄마 집에서 마음껏 쉬고, 먹고, 자고 나니
몸이 회복됐다.
이상했다.
약 때문이 아니라
엄마 집의 공기와 냄새가 나를 먼저 낫게 했다.
‘아무래도…
엄마가 보고 싶어서 아팠나 보다.’
이제 나도 진짜 친정이 생겼다.
사실은 원래부터 있었는데,
그걸 이제야 다시 부르게 된 것뿐인데.
그냥 좋았다. 그냥 든든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엄마는 바리바리 이것저것을 싸주신다.
“뚝이야, 내가 같이 살 때, 너희 시댁에서 받기만 했잖아.
이거 시댁도 가져다 드리고,
너희도 같이 먹고 하렴.
이렇게라도 너한테 해줄 수 있어 엄마도 좋다.
우리 더 행복하게 살자. 고맙다.”
감동이다.
우리 엄마, 참으로 고생 많았다.
이제는 정말 더욱 더~ 잘해드려야 한다.
엄마와 분리되어 이제 진짜 친정이 생겼다.
내가 언제든 돌아가 몸과 마음을 회복할 수 있는 곳.
그리고 나는 그 사랑을 이제야
조심스럽게 알아채는 딸이다.
"여보~ 나도 이제 진짜 친정이 생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