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딸과 잠시 떨어져 살기로 했다.

by 뚝이샘

사춘기 딸과 잠시 떨어져 살기로 했다

겨울방학을 맞아 중1 딸은 한 달 살이를 가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기회는 여러 번 있었지만
딸은 매번 한 달 살이 대신 발레를 택했다.
발레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아이는

자신이 최고로 사랑하는 발레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도 포기했던 아이였다.


그러다 작년, 여러 가지 이유로 발레를 그만두게 되면서
이번엔 아이가 먼저 말했다.

“엄마, 나 한 달 살이 가보고 싶어.”


그렇게 떠난 한 달 살이.

예상은 했지만 딸은 생각보다 훨씬 씩씩했다.

잘 먹고, 잘 지내고, 걱정 말라는 말이
의외로 담담하게 전해진다.


문제는 딸이 아니라 엄마인 나였다.
괜스레 왔다 갔다 냉장고 문을 한 번 더 열어보고,
딸 방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딸은 정작 씩씩한데 엄마가 분리불안이다.


그래도 이 한 달 살이 덕분에 엄마인 나는 잠시 ‘자유부인’이 되었다.
누군가의 시간표에 맞추지 않아도 되고,
밥 메뉴를 묻지 않아도 되는 하루.
그립고 보고 싶긴 하지만~

조용히 미소가 지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엄마의 모습이겠지?^^



처음엔 낯설었는데 이내 빠르게 적응한다.
사람은 참, 잘 적응한다.

딸이 없는 집은 분명 허전하다.

그래서인지 괜히 휴대폰을 더 자주 들여다보게 된다.
알림이 울리면 마음이 먼저 반응하고,
아무 소식이 없어도
괜히 한 번 더 확인한다.

사춘기에 막 들어선 딸과 잠시 거리를 두니
엄마라는 역할 뒤에 가려졌던
‘나’라는 사람이 보인다.
그동안 너무 자연스럽게 뒤로 미뤄두었던 나다.

물론 그리움이 없는 건 아니다.

다만 지금은 그리움보다
이 시간이 조금 더 고맙다.
딸은 자기 자리에서 잘 지내고 있고,
엄마도 자기 삶을 연습 중이니까.


사춘기 딸과 잠시 떨어져 살기로 한 이 선택이 결국은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각자의 성장을 허락해 준 시간이었기를 조용히 바라본다.


'아마도~ 고등학생 자녀를 둔

윈터스쿨을 보내놓은 엄마들 마음이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그립고 보고 싶은데~

조용히 미소가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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