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을 처음 싸던 날, 없던 신혼이 시작됐다

by 뚝이샘

“나 오늘 김밥 쌌다?”
이 말부터가 좀 웃기지.

나 원래 김밥 잘 안 싸는 사람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결혼하고 나서 그럴 여유가 없던 사람이다.


결혼하자마자 나는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시간을 버텨내게 하려고
엄마가 우리 집에서 함께 살아주셨다.


공부하는 딸이 흔들리지 않게,
밥을 해주시고 집을 돌봐주시고,

그리고 가장 소중한 우리 딸을 온전히 키워주셨다.
아무 말 없이 나의 일상을 다 맡아주셨다.


그 덕분에 나는 공부만 하면서도
집이 늘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너무 자연스럽게 누리며 살았다.


그러다 이번 겨울 방학~

중1 딸은 한 달 살이를 떠났고,
엄마와는 최근 분리를 하면서~

집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주방에 서 있는 사람이

이제는 ‘내가’ 됐다.



갑자기 김밥이 먹고 싶은데~

예전이면

"엄마, 나 김밥 싸주세요."라고 할 텐데...


그래서 내가 직접 싸기로 했다.

처음이라 밥은 손에 달라붙고,

단무지는 꼭 튀어나오고, 김은 자꾸 찢어졌다.

정말 김밥 옆구리가 이렇게 잘 터지는구나 싶다.

옆에서 보던 남편이 웃으면서 말했다.
“뚝이야. 우리 뚝이 김밥 처음 만들어 보는 거지?”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생각해보니 우리 부부가 온전히 둘이 지냈던 시간이 많지 않다.

사실 신혼이 없었던 부부다.

결혼하자마자 아이를 낳고 공부를 시작했다.


알콩달콩한 신혼 대신 책상과 문제집이 있었고,
데이트 대신
“오늘은 어땠어? 우리 뚝이 어려운 공부 할만했어?”

라는 짧은 안부가 전부였다.


남편은 내가 흔들릴 때마다
아무 말 없이 옆에 앉아 있었다.

서운함을 말하기보다
조용히 하루를 견뎌주는 방식으로 나를 사랑해 주었다.



그렇게 신혼을 통째로 건너뛰고
서로를 지켜온 부부였다.


지금 이 김밥 한 줄은 뒤늦게 찾아온 제2의 신혼이며^^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고마움과 애틋함을 꺼내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이 글의 시작에는 꼭 남기고 싶은 사람이 있다.

공부하는 딸을 위해 본인 삶을 잠시 내려놓고 나와 함께 살아주었던 엄마.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고, 지금의 우리가 있다.


엄마에게 늦게나마 말하고 싶다.

그동안 내 삶을 함께 살아줘서
정말 고마웠다고.

내가 더 잘하겠다고...


그리고 마지막 우리 딸~

"딸~ 한국 오면 엄마가 김밥 더 맛있게 싸줄게.
그땐 외할머니가 해주시던 그 자리를
엄마가 조금은 대신해 볼게.



지금 나는 김밥 한 줄로 없던 신혼을 다시 시작한다.

삐뚤어도, 서툴러도 이렇게 다시 말아보는 삶이 생각보다 참 괜찮다.

점점 더 우리 부부~ 전우애를 다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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