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문이 열리면 하루를 모두 마친~
학생들이 학교로 출근한다.
어떤 얼굴에는 피곤이 묻어 있었고,
어떤 어깨에는 하루의 무게가 그대로 얹혀 있었다.
나는 우리 학생들이~
이미 한 번 세상을 살아내고 왔다는 걸 알고 있었다.
퇴근을 하고,
가정을 돌보고,
누군가의 부모이고,
누군가의 가장이고,
이미 충분히 어른인 사람들이
다시 ‘학생’이 되어 자리에 앉았다.
그 장면이 나는 늘 경이로웠다.
문제를 풀다 말고 잠시 멈춘 손,
졸음을 참으며 또박또박 적어 내려가던 필기,
“선생님, 이거 한 번만 더…”
조심스럽게 이어지던 질문.
그건 공부라기보다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에 가까웠다.
2년 만에 다시 맡은 고3 담임.
그리고 나는 또다시
누군가의 인생 한 계절을 함께 걷게 되었다.
졸업식 날, 나는 우리 학생들을 축하하면서도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가르쳤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분들에게 배운 것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버티는 법을,
늦어도 괜찮다는 사실을,
삶은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반톡에 다음과 같이 장문의 톡을 남겼다.
누군가는 퇴근 후 교실로 왔고,
누군가는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책을 펼쳤습니다.
아무도 몰랐던 각자의 사정과 무게를 안고
여러분은 끝까지 걸어왔습니다.
피곤해서 눈이 감기던 날도 있었고,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을 겁니다.
그래도 여러분은 다시 교실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그 용기를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졸업은
단순한 졸업장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고 살아낸 시간의 증명입니다.
저는 여러분을 가르쳤다고 생각했지만
돌아보니 오히려 더 많이 배우고 있었습니다.
버티는 힘을,
다시 시작하는 용기를,
그리고 조용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의 깊이를요.
이 특별한 학교에서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어서 참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쓰일 수 있는 이곳이 정말 감사했습니다.
여러분의 인생의 한페이지를 담임으로 함께할 수 있어
더없이 감사합니다.
정말,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여러분의 오늘을
저는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
“내가 쓰일 수 있는 이곳이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 문장을 쓰며 나는 알았다.
교사라는 이름은
지식을 전하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의 시간을 함께 견디는 사람이라는 것을.
퇴근 후 교실로 오던 그 발걸음들.
그 조용한 용기.
나는 오래도록
그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누군가의 저녁에
불을 켜는 사람이 되고싶다.
— 뚝이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