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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은 왜 삶 속에서 흔들릴까?

by 장유연

기도하던 어느 날,

뜻밖의 장면을 보게 되었다.

작은 방석 하나를 두고 실랑이가 벌어진 것이다.


그곳은 성철 스님께서 수행하셨던

백련암에서 열리는'아비라 기도' 모임이었다.

10여 년 전,

마음이 깊이 지쳐 있던 시절에 나는 그곳을 찾았다.


평소 다른 사찰에서

매일 새벽 기도에 나가던 터라,

백련암에서 올리는 삼천배 기도는

내게 그리 힘들지 않았다.


그 모임에서 나는

'꼬맹이 보살'이라 불리며,

혼자 다니던 나를 챙겨주던 고마운 분들을 만났다.

오랜 시간 이곳을 지켜온 듯한 분들이었다.


어느 날, 참석자가 유난히 많아

법당이 가득 차자

빈자리를 차지하려는 마음들이 서로 부딪혔다.

그리고 그 다툼의 한가운데,

늘 다정하던 그분 중 한 분이 있었다.


작은 방석 하나가

마음의 결을 드러내는 순간 같았다.

그 장면 앞에서 나 역시 마음이 복잡해졌다.


'오랜 시간 수행을 이어온 분들이라면

자리 하나쯤은 내려놓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데 왜 이렇게 작은 일에도

마음은 흔들리는 걸까.'


그날 이후 내 안에 질문 하나가 깊이 자리했다.


"우리는 왜 배우고, 또 왜 지식을 쌓는 걸까?"




오늘날 누구나 손쉽게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책을 많이 읽고 정보를 쌓으면 풍성해 보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식은 결국

'지금의 환경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더 깊어지고 단단해진다.


아무리 많은 지식을 쌓아도,

그것이 삶 속에서 스며들지 않는다면

머릿속에만 머무는 빛바랜 지식일 뿐이다.


지식을 얻는 이유는

그것이 삶 속에 흡수되어

새로운 가치로 이어지기 위함이다.


내가 얻은 것을 삶으로 끌어와

또 다른 깨달음으로 확장해 가는 과정,

그 길이야말로 지식의 진정한 쓰임이다.


상대를 이해하려는 마음,

타인을 위하려는 마음이 빠진 지식은

결국 나를 묶어 두는 지식에 불과하다.


반대로, 지식이 나를 넘어

타인과 세상으로 흘러갈 때,

비로소 살아 숨 쉬며 삶 속에서 빛나게 된다.


지식 안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딛고 우뚝 서야 하는 것이다.




그날의 작은 사건은 오래도록 내 안에 남았다.

그리고 그것은 내게 분명히 가르쳐 주었다.


지식과 깨달음은

내 안에 머무를 때보다,

타인에게 흘러가 서로에게 도움되고

삶을 새롭게 변화시킬 때

비로소 참된 가치가 됨을 깨달았다.



* 사진출처(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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