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함이라는 말 앞에서

by 장유연

결혼한 지 수 년이 지났어도

친구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어김없이

시댁과 남편, 아이들 이야기가 오간다.


한참을 그런 이야기들이 흐르던 중

한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누가 뭐라 해도 내 마음이 편한 게 최고야.”


너무도 익숙해서

그동안 수없이 지나쳐왔던 말인데

그날은 이상하게도 그 말이 내게 걸렸다.


말을 듣는 순간

가슴 한쪽이 답답해졌다.

아마도 그 말이

내 안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돌이켜보니 나 역시 누군가에게

“네 마음 편한 대로 해.”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건네왔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아차렸다.


그때 문득

질문 하나가 내 안에서 고개를 들었다.


마음이 편하다는 말이,

언제부터 나를 위로하는 말이 아니라

나를 멈추게 하는 말로 들리기 시작했을까.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말은

어쩌면 삶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그 자리에 잠시 멈춰 서도 괜찮다는

허락처럼 들리기도 했다.


나는 언제부터

불편함 앞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기보다

편안함을 선택하며

스스로를 다독여 왔을까.


물론 누구나 마음 편하기를 바란다.

불편함보다 편안함이 더 좋다는 것도 사실이다.

억지로 불편해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다만 그날 이후로

편안함이라는 말이

내게는 조금 다른 얼굴로 다가왔다.


모든 편안함이 휴식은 아니고,

모든 불편함이 성장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면의 움직임이 느려지고

나의 성장이 함께 멈춰 서는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나는 마음이 편해지는 순간마다

조금 더 오래 머물러 묻는다.


이 편안함이 나를 지켜주는 휴식인지,

아니면 나를 멈추게 하는 신호인지.


아직은 그 답을 확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이제는

그 질문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 사진출처(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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