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상황인데
왜 어떤 사람은 달라질까.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퇴근 후 만나자는 약속을 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얼굴에는
어딘가 근심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지만
한편으로는 묘한 평온함도 느껴졌다.
그동안의 근황과
다른 친구들의 소식을 나누다
자연스럽게 친구의 회사 이야기로 대화가 이어졌다.
그 친구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중소기업에서 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친구가 말했다.
“내 밑에 과장이 있는데
내가 일을 지시하면 그대로 하지 않고
자기 생각을 끝까지 고집하려고 해.”
상사로서 겪는 갈등을 털어놓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어진 말은
조금 뜻밖이었다.
“처음에는 그 태도가 마음에 안 들어서
나도 삐딱하게 대했어.
그런데 어느 날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나까지 똑같은 사람이 되면 안 되겠다고.”
친구는 잠시 말을 고르더니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다 보니까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들었어.
어쩌면 이 사람이
나를 돌아보게 해주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고.”
그 말 속에는
단순한 갈등 이상의
어떤 변화가 담겨 있었다.
“그 친구 때문에
내 안에 있던 모순된 감정을
보게 되는 것 같아.”
친구의 말은 담담했지만
그 안에는
자신을 마주하고 있는 사람의
흔들림이 느껴졌다.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단순히 힘든 이야기를 들었다면
위로의 말을 건넸을지도 모르지만,
그날의 친구는
스스로를
다스려가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래서인지
어떤 말을 보태기보다
그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친구의 말이 계속 떠올랐다.
같은 상황 속에서도
누군가는 상대를 탓하고,
누군가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 차이는 아주 작아 보이지만
그 이후의 방향은
전혀 다르게 흘러가는지도 모른다.
‘이 일이 왜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걸까.’
‘이 상황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고 있는 걸까.’
어쩌면 삶은
이 질문을 알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질문 하나가
우리의 생각을 바꾸고,
결국은 삶의 방향까지도
조금씩 바꾸어 가는 것은 아닐까.
이런 내 친구가 그냥 고마웠다.
* 사진출처(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