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가끔 지인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일을 돕는다.
그날도 일을 마칠 즈음, 동생에게서 카톡이 왔다.
“안서방(제부) 따라 대구 간다.
현이(조카)하고...”
“저녁 우짜노?”
“집에 와서 고기 구워 먹고 가라.”
나는 “응, 조심해서 갔다온나”라고 짧게 답했다.
잠시 후 동생이 다시 보낸 메시지.
“삼겹살 냉장고에 녹여 놓은 거 있다.”
나는 “현이가 먹을라고 하겠나?”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동생이
“현이하고 같이 간다 했는데.”라고 답했다.
나는 다시
“지금 현이 집에 없는 갑네?”라고 보냈다.
이쯤 되니 뭔가 꼬인 것 같아 전화를 걸었다.
동생은 전화를 받자마자 말했다.
“카톡 다시 읽어봐라~”
다시 읽어보니,
중학생 조카인 현이도 함께 대구에 간다는 말이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아, 그렇네. 내가 해석하고 싶은 대로 해석했네.
미안, 잘 갔다 온나~”
그리고 다시 카톡을 보냈다.
'‘현이하고.. 저녁 우짜노?’ 이렇게 읽었네.'
동생은
‘그냥 웃자 웃자~’라고 답했다.
일요일 저녁이면 으레
동생네에서 함께 식사하곤 했던 터라
‘오늘은 저녁 같이 못 한다’는 단순한 메시지가
내 방식대로 해석되며 꼬여버렸다.
덕분에 ‘상상력 풍부한 오해 능력자’로서의
나 자신도 새삼 발견하게 됐다.
평소 동생의 메시지는
서두와 맥락을 생략하고 요점만 전달하는 경향이 있어
가끔 이해하기 어렵다고 느껴왔다.
그런 인식이 굳어 있었기에
이번에도 무심코 나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말았다.
이런 고정된 사고방식이
내 시야와 이해를 얼마나 좁게 만들 수 있는지를
또 한 번 깨닫게 된다.
어느 책에서 읽은 문장이 떠올랐다.
“정해진 마음을 가지면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거나
봐야 하는 대로만 본다.”
메시지를 읽기도 전에
이미 내 식대로 판단하고
그 판단을 사실처럼 믿어버린다.
그렇게 만들어진 ‘생각의 틀’은
눈과 귀를 가리고 오해를 만들고
관계를 어긋나게 만들 수도 있다.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는 일상에서
이처럼 내 안의 고정관념을 마주하게 되니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든다.
며칠 전 유튜브에서 들었던 상황이 겹쳐 떠올랐다.
치킨집에서 만나기로 한 두 직장인의 통화였다.
“어디쯤 왔습니까?”
“이 근처에 왔는데 669라는 가게가 안 보이는데요?”
“회사 앞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간판 보일 텐데...”
“몇 번을 돌아봐도 없어요!”
알고 보니 ‘bbq치킨집’를 ‘669’라고 말한 것이었다.
내 상황과 닮아 그 생각이 나 웃음이 났다.
결국, 해석은 언제나 내 몫이다.
그리고 그 해석을 좌우하는 건
늘 내 안에 있는 고정된 틀이라는 걸.
오늘도 작은 일상 속에서 알게 되는
소중한 깨달음에 감사해진다.
* 사진출처(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