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디아
순둥이 행잉 식물의 대표 디시디아의 동글동글한 잎은 바라만 봐도 기분이 좋다. 손을 뻗어 잎을 만지작거리고 있으면 오늘 하루도 잘 지내라고 내게 말을 건네는 것 같다.
식물을 키우면서 식물의 초록이 다 같은 초록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디시디아의 새 잎은 붉은빛을 띠지만 조금 더 자라면 햇빛을 머금은 연둣빛이 되고 더 자라면 짙푸른 색깔이 된다. 식물의 어린잎을 들여다보는 것은 식물을 키우는 큰 즐거움이다.
디시디아처럼 잎을 맘 놓고 만져도 되는, 단단한 잎 식물은 몇 없다. 화분에서 자라는 다른 식물들은 흙 속에 손가락을 넣어 본다.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넣어 보면 속흙의 물마름 정도를 가늠할 수 있고 물을 줄지 말지를 결정하는데 나는 이 순간 식물과 교감한다고 느낀다. 무엇을 가지러 가다가도 나는 종종 화분 앞에 발걸음을 멈추고 화분 흙을 찔러본다. 그러면 어느새 하던 일을 잊어버리고 물조리개를 든 채 화분 순례를 하곤 한다. 내 손톱은 항상 단정하게 깎여 있지만 오른쪽 두 번째 손톱은 늘 흙 때가 묻어 있는 이유이다.
나는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잘 말하고 싶어서 글을 쓰는 것 같다. 나는 너를 좋아해. 다른 식물들이 눈치챘을까. 불안한 앞날을 점치기 위해 사주나 타로운을 보러 간 적은 없지만 좋은 예감을 건네는 무언가를 가까이 두고 지내는 것은 든든하다.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동글동글한 디시디아 잎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