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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런썸 Feb 27. 2022

봄에는 노란 꽃

지난 화요일에 양재동 꽃시장에 갔다. 처음부터 작정한 건 아니었고 근처에서 볼일을 본 후 저절로 발길이 향했다. 구경만 하고 와야지 생각했던 마음은 ‘나’동 하우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감쪽같이 사라졌다. 주머니에 있는 현금 삼만 원을 생각하며 이 선에서 절대 넘기지 말자고 다짐했다. 집에서 돌보는 식물들이 이미 차고 넘쳐서 새 식구를 들이는 건 신중해야 했다.


며칠째 한파가 이어지고 나는 롱패딩 차림이었지만 하우스 안은 이미 봄이었다. 장인의 손끝에서 건강하게 자라는 식물들에 감탄하면서 구경하는 사이 두 시간을 훌쩍 넘겼다. 몇 가지 후보들을 정해 놓고 고민한 끝에 최종적으로 나의 선택을 받은 아이가 칼라이다. 만 오천 원에 분갈이할 화분 육천 원, 이만하면 선방했다. 고이 모시고 와서 지금은 우리 집 부엌 테이블 끄트머리에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단연 봄이라고 외친다.   




꽃잎과 이파리의 곡선이 어쩜 저렇게 아름다울까. 앞섶을 여민 듯한 꽃잎의 자태는 단아한 반면 잎들은 화려하다. 한 시절 기약하는 꽃이 지더라도 저 탐스런 잎들을 잘 키우면 한동안 위로를 받을 것 같다. 겨울 끝자락에서 만나는 노란빛은 생명력 그 자체다. 저 노란빛을 마음껏 품었다가 우울해질 때 슬며시 꺼내 보면 좋겠다.



사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만나는 노란 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엔 구근을 일찍 심어서 수줍게 수선화와 인사했고 향이 강렬한 프리지어도 한 다발 사서 즐겼다. 이 계절에는 뭐니 뭐니 해도 노란빛, 노란 꽃이다.





* 노란 칼라의 꽃말은 환희, 정열이다. 칼라 꽃은 엄밀히 말하면 꽃이 아니라 꽃을 감싸는 변형된 잎이라고 한다. 이런 잎들을 ‘불염포’라고 부르는데 안스리움이나 스파티필름에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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