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희망, 웃음 그리고 일상
얘들아! 행복해야 해
텅 빈 공간의 울림을 바라보고 있다. 귀에 익숙한 잔잔한 음악소리가 들려온다,
음악소리, 아이들의 웃음소리, 선생님의 카운트 소리 이 모든 것들이 한 공간에서 메아리치며 들려온다.
곧 몇 시간 후면 이 모든 것들이 현실로 저 공간이 가득 채워질 것이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음악소리 그리고 거기서 내뿜어지는 에너지와 땀 그리고 허공을 떠도는 작은 먼지들
그렇다 나는 이런 곳에서 웃음 가득하고 천사 같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무용 선생님이다.
무용을 가르친다고 하면 흔히들 발레를 연상하지만 나는 한국무용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그러다 보니
가끔 의아해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다. 한국무용요?
왜 그럴까? 한국 사람이라면 가장 친근해야 하고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한국무용이 왜 생소하게 느껴지는 걸까? 하지만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는 한국무용이 생소한 무용이 아닌 배워가는 춤, 배워야 하는 춤, 그리고 아이들의 삶에 들어와 있는 춤이기에 이 아이들에게는 그저 친근하고 일상이 되어 버린 춤이기도 하다.
덩기덕 덩 더러러러 덩 기덕 쿵덕
덩 닦다가 쿵떡쿵
덩 덩 덩덩 딱딱 덩덩덩 덩덩덩 덩 덩 닦다가 등
뒤꿈치부터 양손을 허리에 감고 귀에 손 스치기 한 곳보고 돌기 무릎 들고뛰기 등등..
내 수업 때마다 아이들에게 소리 내며 가르치는 동작들이다.
굿거리장단, 자진모리장단, 동 살풀이, 휘모리 등등
이 아이들에겐 처음에는 낯설고 생소했던 장단이고 음악이었지만 여기 이곳 내 공간에서는 아주 흔한 장단이며 늘 아이들과 춤추며 함께 어울리며 이 빈 공간을 가득 채워가는 장단인 것이다.
하루하루 한해 한 해가 가면서 벌써 30여 년.
그렇다 세월이 이렇게 흘렀다. 풋풋하고 카랑카랑했던 20대 앞뒤 모르고 나는 캥거루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열정적이고 활기찼던 20대가 지나고 내면의 내공이 조금씩 쌓이고 아이들의 변화무쌍한 세계를 알아가며 아이들을 바라봤던 30대 완숙한 선생님으로서 눅진해진 눈과 마음으로 아이들의 내면의 소리를 들을 줄 알던 40대 그리고 산전수전, 수중전, 공중전, 육탄전 이 모든 것들을 겪으면서 아이들의 성장과정과 더불어 어머님들의 맘까지 어느덧 들여다볼 수 있는 깊은 눈과 마음을 갖게 된 50대가 휙 넘어버렸다.
그랬던가 어느새 인생의 중반을 넘어 버렸다.
이런 시간들을 시곗바늘처럼 지내오면서 내손에서 길러지고 길러낸 아이들이 아마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것이다. 한 제자가 그랬다 아마 강북구 성북구에서 무용을 배웠다고 함 거의 대부분 다 선생님 제자일 거라고 했던 말처럼 오랜 세월 동안 한 곳에서 춤을 가르쳐 왔다.
춤을 가르치며 왔던 그 세월만큼 수많은 사건과 그리고 슬프고 즐겁고 신났던 사연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지금 그 아이들 중 지금껏 연락하며 지내는 아이들도 있고 내 옆에서 나와 같은 길을 걷는 제자들도 있지만 잊혀간 아이들이 더 많을 뿐이다.
지금도 스쳐 지나가는 아이들 속에서 유독 생각나는 아이가 있다 지금 20대 후반이 되었을 거다 빛이 나는 재능을 갖고 있었는데 한순간에 친구를 잘못 만나 그 재능을 발휘 못하고 중학교도 겨우 졸업하고 사라져 버렸던 아이 그러다가 들려오는 소식이 끝까지 무용 못한 게 후회스러워서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린이 연극단에 들어가서 못다 한 꿈을 이루고 있다고 이와 반대로 초등학생 때까지 춤을 배우다가 본인의 의지가 아닌 부모님의 의지대로 춤을 관두게 된 아이가 고등학생 때 망가질 대로 망가져서 왔지만 추고 싶던 춤을 맘껏 추고 열심히 노력한 결과 아무도 하지 못하리라 생각했던 대학 무용과 진학을 하여 지금 아이들을 가르치며 잘 나가는 선생님이 되어있다
춤은 마약과 같다고들 한다. 한번 발 디디면 빠져나올 수 없는 그러기에 춤에 심취하면 춤을 떠나더라도 후에 다시 춤을 찾게 되는 것이다.
춤은 특수한 분야에 있는 전공자들만 추는 게 아니다. 우리의 일상 모두가 춤으로 승화될 수 있고 누구든지 춤이 일상이 될 수 있다 다만 느끼지 못할 뿐이지 춤 속엔 추는 아이의 성격과 생각이 담겨 있다 춤추는 것을 보면 어떤 성격인지 지금 춤에 몰입하고 있는지 아닌지 알 수 있기에 춤을 추는 사람들은 춤이 대화이고 소통이기도 하다.
공부에 밀려 춤을 추고자 하는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하고 사그라지는 것을 볼 때 마음이 참 아프다.
예술 교육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얻게 하고 가르쳐 주는지 가름하지 못하는 부모들이 있어 더더욱 마음이 아프다.
외국의 교육처럼 우리나라도 1인 1 특기를 갖게 한다면 좀 더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을까? 아이들이 웃을 수 있을까?
그나마 내가 있는 이 공간에 와서 맘껏 춤추고 웃고 땀 흘리는 아이들은 행복하지 않을까?
오늘도 맑은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음악소리가 원장실 문 넘어 들려온다 이곳에서 아이들이 맘껏 춤추고 웃으며 행복한 꿈을 꾸며 자신의 아름다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아이들이 내게는 소중한 보석이며 원석을 다듬고 갈아서 빛나는 보석으로 만들어가는 세공자처럼 오늘도 조심스럽게 아이들의 웃음과 흘리는 땀을 예쁜 그릇에 담아 멋지게 빛내보고자 한다.
얘들아! 맘껏 춤춰 그리고 꿈꾸어라 난 그런 너희의 앞길을 밝혀주는 등불이 되어 줄 테니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