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의 도약을 꿈꾸며.

장위동 학원에서

by 박소정

오랜만에 정말 1년여 만에 다시 용기 내어 글을 쓴다.

바쁘다면 바쁘다고 아니 글 쓰는 것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면 아니 그보다 게을러서

남편의 채근으로부터 시작한 작은 자존심 "대체! 박사가 책도 안 읽고 글도 안 쓰고 당신 박사 맞아'

이 말에 뒤통수를 한대 크게 얻어맞은 거 같은 이 느낌이 자꾸 내 맘을 흔들어 놓는다.

남편의 말이 자극이 되었다는 건 사실이다. 그래도 머리 빠지게 공부하고 논문 쓰고 그 어려운 박사공부 패스한 무용학 박사인데 그동안 힘들었다는 핑계로 논문 지겹다고 안 보고 책도 안 읽고 글도 안 쓴 내가 정말 박사라도 내세울 수 있을까? 그런 물음에 나 스스로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반성 속에 다시 글을 쓰려한다.

막상 쓰려니 그동안의 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28년간을 내 모든 땀과 노력이 담겨있던 내가 직접 짖고 손때가 묻었던 번동학원을 옆동네인 장위동으로 이전했다. 그동안 번동학원에서 무수한 아이들을 가르치고 배출했는데 인구 급감이 내게도 직격탄이 되었다.

그리 많았던 아이들이 어느 순간 점점 사라지고 더 이상 아이들이 오지 않는 곳에서 아무리 좋은 교육을 한다고 해도 배울 수 있는 아이들이 없다면 과감하게 결정을 해야 했다.

장위 뉴타운 이곳 그리 낯설지 않은 곳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살았던 곳 20대 시절 잠깐 삶의 터전을 다른 곳으로 옮겼지만 결혼 후 다시 내 삶의 뿌리가 있는 곳 여기가 뉴타운으로 지정받고 개발되고 많은 아파트들이 지어지고 지어졌다. 이곳에 새로운 도약을 위해 다시 한번 발돋움하고자 한다.


이제는 내 곁에 같은 곳을 바라보고 함께하는 내 딸과 내 아들이 있다.

예전에는 나 혼자였다면 지금은 내가 잠시 손을 내려놓고 쉴 수 있는 내가 잠시 숨 쉴 수 있게 해주는 내 딸과 아들이 있다. 같은 학교를 나오고 같은 길을 함께 가는 내 자랑스러운 딸과 아들 내가 젊은 시절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고 혼자 이 길을 걸어갔을 때 그 두려움이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으리 그러나 이제 내 아이들에게는 그 길을 걸어온 내가 있기에 혼자라는 외로움과 뭐든지 혼자 결정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감에서는 조금 벗어날 수 있기에 이 길을 같이 가는 것에 선뜻 손 내밀수 있었다면 거짓은 아니리라

딸아. 아들아. 걱정 말거라 내가 너희들의 넓고 깊은 바다는 아니더라도 잔잔한 호수 같은 길을 갈 수 있도록 내가 밀고 갈 테니 혹여 비바람 불고 천둥 치고 물결이 일렁거려도 내가 힘껏 뒤에서 밀어줄 테니 당당하게 앞에서 노 저어 가거라 그래서 너희가 이루고자 하는 일들을 두려워 말고 해 나가거라.

오늘도 장위동 이곳에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와 경쾌한 발걸음이 들린다.

2024.3.20 장위동 학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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