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탕아

돌고 돌아 다시 찾아온 길

by 박소정

예쁜 체구를 갖고 열심히 무용하며 애교스럽고 살가운 아이가 있었다.

무용을 누구보다 좋아했고 누구보다 잘했던 아이가 있었다.

초3 때 엄마 손을 잡고 무용학원을 찾아왔을 때 만해도 이 아이가 무용을 전공하리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싹은 어릴 때부터 알아본다고 한해 한해 갈수록 달라지는 진희의 모습에 기쁘기 그지없었다.

초5 때 작품을 받고 콩쿠르에 나가 좋은 성적을 거둘 만큼 재능 있고 앞날이 기대가 되던 진희였다.

그러던 아이의 모습이 변한 건 초6 때부터였던 거 같다. 귀를 뚫고 초6학년 아이들이 잘하지 않던 화장도

조금씩 하기 시작하고 그리 좋아하던 무용학원도 늦게 오거나 빠지는 날이 생기고 점점 진희의 모습이 맑고 밝았던 진희와는 거리가 멀었다.

앉혀놓고 요새 무슨 생각을 하며 다니냐고 채근도 해보고 무섭게 협박도 해봤지만 무엇이 이 아이의 맘을 병들게 했는지 결국에는 무용에 집중하지 못하고 친구들과 노는 일에 더 집중하게 되고 바깥세상에 달콤함을 알게 되다 보니 끝까지 무용에 집중하지 못하더니 중학교 올라간 후 다시는 안 올 듯이 머리를 흔들며 무용을 관두고 가버렸다. 그때 그 아이의 뒤통수에 대고 내가 한 말이 있다.

진희야 넌 다시 무용하러 올 거라고 몸이 근질거려서 아마 못 견딜 거라고 예언하듯이 내가 그 아이에게 얘기했었다.


그 후 얼마의 시간이 흘렀던가 진희 어머님께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원장님 안녕하셨어요 진희 엄마예요 진희가 다시 무용이 하고 싶다고 그런데 원장 선생님께 죄송하고 미안해서 말을 못 하겠다고"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고 뭔지 모를 미소가 내입가에 퍼졌다.

한숨은 생길일이 생겼다는 생각이 들어 나오는 거였고 미소는 "요놈 봐라" 내 말처럼 되었지 하는 승리자의 맘이었다고 할까

다시 온 진희는 멋쩍어하면서 특유의 넉살스러운 미소로 미안함을 대신했다. 그 이후로 열심히 하며 자신의 길을 잘 준비하는 듯했다 그런데 그놈의 살이 또 문제가 되었다 식탐이 있는 진희가 먹는 것을 못 참고 먹는 것과 싸움에서 늘 번번이 지고 하루가 다르게 살이 찌는 게 보였다.

그러다 보니 뛰고 구르고 하는 동작 속에서 상해를 입게 되고 여기저기 몸이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자기 마음먹은 대로 안되니까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로 밤마다 먹고 또 아침이면 후회하고 체중 재는 게 부담되니까 설사약을 먹고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아무리 식단을 짜주고 먹지 못하도록 엄하게 지도하고 관리해도 소용없었다. 멘털이 오기 시작하면 잠수하기 일상이고 다시 무용 시작한 보람도 없이 나와 선생님들의 속을 무지 썩이는 아이가 되어버렸다. 다행인 것은 식탐만 있을 뿐 무용하는 것에는 누구보다 열심히 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다. 결국에는 먹고 싶은 걸 참지 못하겠다면서 대학을 가면 뭐 하냐고 먹을 거 먹으면서 할 수 있는 헬스를 하겠다면서 또 한 번 무용의 끈을 또 놔버렸다.

어이가 없었다 패주고 싶었다 세상을 살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사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는가?

오고 싶음 오고 가고 싶음 가고 안 되겠다 싶었다.

"너는 무용 다시 하러 올 건데 그때는 호락호락 받아주지 않을 거고 다시 올 때는 맘 단단히 먹고 오라고" 일침을 나췄다.

그로부터 1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중요한 순간들이 허무하게 지나가고 고2가 되어갈 때쯤 장문의 문자가 왔다 그 아이한테서 요약하면 너무너무 죄송하고 원장선생님 뵐 낯은 없지만 무용하러 가도 될까요? 였다

재능은 넘쳐나는 아이였기에 그게 아까워서 받아주기는 했지만 고3 시험 보는 순간까지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지나왔다. 무용입시가 절대 쉽지 않다 모든 입시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거라 의지가 있다 해도 하다 보면 멘털이 오곤 한다 그때를 잘 이겨내고 열심히 잘해나간다면 좋은 결과가 오지만 그렇지 못함 대학 문 앞에서 좌절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진희도 곱이곱이 고비를 넘겨서 대학의 문턱은 겨우 넘기는 했지만 그 아이가 가지고 있는 재능에 비해서는 나는 선생으로서 그리 만족할만한 결과는 아니었지만 진희나 부모님들께서는 너무 만족해하셔서 감사할 뿐이었다.

"원장 선생님이 진희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잡아주셔서 실기 장학생으로 대학을 갈 수 있었다고" 내게 엎디다시피 인사하며 고마움을 표현하는 진희의 부모님을 보면서 이래서 그 뿌듯함에 아이들을 가르치는 보람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몇 번의 좌절과 파행을 겪으며 돌고 돌아서 찾아 간길 지금은 너무 잘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며 이제는 똑바로 자신의 길을 바라보고 걸어가길 바란다. 진희야! 늘 행복하거라.

2024.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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