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마른 몸매를 가졌고 까맣게 그을린 얼굴에 사슴처럼 크고 맑은 반짝이는 눈을 가진 아이가 있었다
학원문을 들어올 때 어딘가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꼭 집어 비정상적인 것도 찾아볼 수 없었던 아이
그냥 보고 있을 때면 너무 깡 마른 몸이 애처로울 정도로 수줍게 웃는 예쁜 아이였다.
"발레를 다른 학원에서 했는데 적응을 못해 여기서 배우게 하고 싶어 왔어요" 하며 말문을 여시던 부모님들은 순박한 평범한 부모님들이었고 딸을 무척 사랑하는 맘이 느껴지던 분들이셨다.
우리 애가 무용은 너무 좋아하고 또 하고 싶어 하니 잘 적응하게 해 주시면 좋겠다는 부모님들의 말씀을 듣고 처음 아이들과 함께 수업하던 날 이 아이의 엄청난 에너지에 약간 당황하기도 했었다.
힘이 넘쳤고 의욕도 넘쳤던 혜은이(가명) 그러다 보니 동작이 너무 과하게 나오고 섬세하게 한다기보다는 투박하게 동작을 던지던 혜은이였다 지적해 주거나 가르쳐 주려고 다가가면 혼내지도 않았는데 몸이 움츠려 들고 놀라 울어버리던 아이 처음엔 이런 혜은이가 당황스럽고 황당하게 느껴졌지만 절대 내색 안 하고 차근 자근 가르쳐 주며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고 잘 다독이며 얘기해 주면 금방"네" 하며 눈물을 훔치던 연약하고 연약한 혜은이였다
걱정했던 친구들과의 관계도 착한 아이들이 혜은이를 잘 이해하고 잘 받아주어서 무탈하게 잘 지내온 거 같다.
위기의 순간도 많았다. 말을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짓을 하고 담날 입어야 하는 예술제 의상을 태워먹기도 하고 콩 클 때 준비물을 잊고 와서 콩쿠르에 참여 못할까 봐 그 직전까지, 조마조마하게 하는 등 작고 큰일들이 혜은이 주변에서 일어나곤 했다 하지만 소통하거나 사회성은 좀 떨어지지만 동작을 기억하고 누구보다 먼저 순서를 외우는 능력이 뛰어났고 또래들과 어울리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혜은이보다 어린 친구들하고는 잘 어울리며 잘 챙겨주던 착한 혜은이였다.
또래에 비해 이해력과 인지 능력이 좀 떨어질 뿐이지 겉모습은 정말 정상이었고 예쁘기까지 한 아이였다.
그런데 혜은이가 고2 마무리로 예술제를 잘 끝내고 고3 입시 준비를 시작해야 할 때 혜은이 어머님께서 연락이 오셨다
"원장선생님! 이제 혜은이는 무용 그만할게요 본인이 원해서 무용을 하게 해 줬지만 우리 혜은이가 더 이상 나가는 건 무리인 거 같아요 왜 이런 말을 하는지는 선생님께서 잘 아실 거예요" 그랬다 대학을 붙는다는 자신도
없지만 혹 대학을 가더라도 얘가 그사이에서 잘해나갈 수 있겠는가? 그냥 먹고살게 하려면 기술을 배워 살게 하는 게 났다는 결론을 부모님께서 내렸다는 것이다.
그 말에 난 할 말이 없었지만 난 반문해서 물었다 "혜은이도 원하는 건가요?"그렇지는 않다고 하셨다 무용 그만두라니까 방에 처박혀서 나오지도 않고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라고
그렇지만 결단을 내려야 해서 말씀드린다고 그런 부모님의 말씀에 난 무슨 용기가 난 건지 대뜸 왜? 부모님이 먼저 포기하시려고 하시나요? 왜? 생기지도 않은 일 때문에 혜은이에게 상처를 주시나요? 혜은이 제가 가르치고 겪어보니 충분히 할 수 있고 해낼 수 있는데 저랑 상의도 안 해보시고 먼저 결정을 하셨나요? 혜은이 아주 좋은 대학은 못 갈 수 있지만 그래도 걔가 젤 잘하는 거 하는 게 혜은이가 행복한 길 아닌지 이것만 보고 여기까지 왔는데 지금 와서 그만 두라 하면 걔가 상처만 받지 포기가 되겠는지" 반문했다
한참 말이 없으시다가 "우리 얘 대학 갈 수 있을까요?"하고 물어보셨다 부모님이 포기 안 하심 해보겠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럼 며칠만 시간을 달라고 다시 가족들과 상의해 보고 혜은이와도 얘기해 보겠다고 하시며 전화를 끊으셨다.
난 많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한 가지 확신하는 게 있다 정말 아이가 무용을 하고 싶어 하고 그리고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내가 먼저 포기하지 않겠다는 그런 아이는 꼭 해내고 만다는 확신이 있기에 지금까지 내가 먼저 아이를 포기한 적이 없고 내게 맡겨진 아이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만들었고 하게끔 해왔다.
며칠 후 혜은이에게 문자가 왔다"원장선생님! 저 오늘부터 학원가요" 혜은이는 말로 자기감정 전달하는 게 좀 서툴다 보니 문자로 주로 얘기하는 아이였기 여 문자에 그 아이가 얼마나 기뻐하고 설레고 있는지 알 거 같았다.
다시 환한 얼굴로 학원에 온 혜은이는 그때부터 정말 예전보다 더 열심히 했고 같은 또래친구들보다 더 많은 땀을 흘렸다 늘 누구보다도 연습을 하던 안 하던 학원에 일찍 오고 젤 늦게 가곤 했다 내가"시간 될 때마다 학원 와서 연습해라"하는 그 말에 혜은이는 정말 그 말대로 학교 끝나는 대로 와서 학원에서 살다시피 했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생각하고 소통하는 게 좀 부족하지만 다른 것은 평범한 아이들과 다를 바가 없었던 혜은이 고되고 힘든 고3생활을 누구보다 열심히 하더니 모대학 무용과에 그것도 수시로 합격을 하였다.
같이 입시 준비를 하던 친구들 중 젤 처음으로 합격통지서를 받아 든 혜은이가 "선생님 저 합격이래요" 이 한마디에 전회를 잡고 펑펑 울었다
경사였다 또 히나의 기적을 만든 거 같았다 혜은이 부모님께서 "정말 원장님 대단하세요 정말 감사합니다"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쁘기 그지없었다
나 혼자만 만들어낸 기적은 절대 아니다 지도한 레슨 선생님 노력이 젤 컸고 나와 한마음으로 잘 이끌어준 학원 선생님들의 노력의 결과였다 감사했다 모든 것에 이 아이를 포기하지 않은 나 자신에게 그리고 힘들 때마다 기도로 이겨내게 해 주신 내가 믿는 하나님께
앞으로도 난 지금껏 해왔던 거처럼 내게 맡겨진 많은 아이들의 꿈을 시들지 않게 잘 가꾸어 나갈 수 있도록 물과 양분을 적절히 주며 빛을 밝혀주는 선생님으로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