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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아트리체 Jun 20. 2021

늙은 호박리소토_베네토

이탈리아 정원이 가득한 가을의 맛_ Risotto alla zucca

이탈리아 가족들은 베네토주 작은 도시에서 정원을 가꾸며 산다.
마당에는 매일 닭장을 탈출한 닭들이 날아다니고 집 옆에는 눈이 마주칠 때마다 배고프다고 '베에~~' 하고 울어대는 양 '보르똘라'가 살고 있다.


닭장 브레이커들

아침마다 계란을 가지러 닭장에 가보면 닭들은 이미 출근하고 없다. 엄마 닭 한 마리와 그 아기들이다. 출산과 부화까지 모두 함께한 닭 친구들. 문제는 종종 달걀을 다른 곳에 놓기도 해서 보물찾기 하듯이 계란을 찾으러 온 정원을 뒤져볼 때도 있다. 

옆집 사는 보르똘라. 대화 가능.


옆집 사는 양 보르톨로. 투덜이라는 뜻이라는데 정말 말이 많다. 특히 우리 집 아버지와는 서로 아침마다 안부를 묻는 절친 사이다. 제일 좋아하는 잎은 무화과 나뭇잎. 









1년 치 먹을 올리브 오일 만들기 위해 올리브 따는 중. 보통 11월에 수확한다. 온 가족이 모여서 일주일간 일하는데 그 주에는 꿈에서도 올리브를 따는 꿈을 꾼다. 뽁뽁뽁


 이렇게 시골 깊숙한 데서 살다 보니 모든 채소와 과일들을 거의 자급자족한다. 그리고 다른 작물을 짓는 친구들과 교환도 많이 해 먹는다. 이번에는 귤이 세 박스 들어왔고 우리는 올리브 오일 50리터를 줬다. 

아무튼, 가을은 그중에서도 먹을 것이 가장 많은 시기이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호박들이 넘쳐난다. 이번 해에는 호박이 너무 커서 덜 달다고 하지만 그래도 맛이 좋다.
그래서 늙은 호박 리소토를 만들어 먹기로! 리소토는 일주일에 두세 번은 꼭 먹는 이탈리아 일반 가정식이다. 보통 순서는 비슷한데 넣는 재료에 따라 맛이 천지차이이다. 

일단, 소프리또 만드는 것부터. 


냄비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굵게 다진 양파를 넣는다. 그리고 양파가 하얗게 변할 때까지 천천히 중불에서 볶아준다. 그럼 오일에서 양파 냄새가 솔솔 나는데 주로 이 기름을 내는 것부터 거의 모든 요리가 시작된다. 

  




이렇게 양파가 어느 정도 익으면 메인이 되는 채소들을 넣어준다. 오늘은 늙은 호박! 깍둑썰기 한 호박들을 마구 투하! 




호박을 요리하는 냄비 옆에는 야채 육수가 끓고 있다. 주로 야채 육수에는 샐러리, 양파, 당근 등등이 들어간다.






쌀이 어느 정도 눌어붙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 끓여놓은 야채 육수를 한 국자 넣고 저어준다. 계속 쌀이 눌어붙을 때마다 한 국자씩 넣고 저어주면 된다.

그러다가 쌀이 어느 정도 익으면 소금으로 간단하게 간을 하고 쌀이 다 익을 때쯤에는 불을 끄고 뚜껑을 덮어서 뜸을 들인다. 보통 뜸을 들일 때 버터를 한 조각 넣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패쑤!



달짝지근하니 고소한 이탈리아 집 밥, 호박 리소토! 
가을이 어느덧 성큼 다가온 것이 느껴지는 따뜻한 맛이다.

밥 먹고 땡감 따러 뒷산에 놀러 가는 길..

이웃집 강아지 브레끼. 항상 동행해준다.



가을.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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