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enta Trentino
개인적으로 옥수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다. 삶은 옥수수, 콘 마요 심지어 옥수수 아이스크림까지 먹지 않는다.
옥수수는 닭이 먹는 거 아닌가요...?
하지만 이곳 북이탈리아에서는 겨울이 되면 자주 빵 대신 곁들이는 음식이 있는데 바로 옥수수죽, 뽈렌따이다.
뽈렌따는 아주 전통적이고 자주 먹는 북이탈리아 요리인데 아주 오래전 트렌티노 (Trentino)와 알토 아디제(Alto Adige) 지역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의 주된 식량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훌륭한 요리로 다시 각광받으면서 자주 식탁에 오른다. 트렌티노 지역의 뽈렌따가 여전히 유명한데 특히 노란 스트로 옥수숫 가루가 우수한 품질로 잘 알려져 있다.
시월에 수확된 옥수수를 산속 시원한 바람과 햇볕에 잘 말린다. 잘 마른 옥수수 알들이 영양소들과 향기까지 그윽 품으면 드디어 진짜 산속 뽈렌따를 만드는 옥수수가루가 완성된다 (참조 trentino.com).
실바나가 로미나와 함께 런던에 4일 놀러 가서 귀도와 셋만 집에 있던 날! 날도 추운데 뽈렌따를 만들어 먹기로 했다.
일단 큰 솥에 물을 끓이고 끓기 시작하면 굵은소금 두 큰 술을 넣어준다. 옥수숫 가루가 요리되면서 불어나기 때문에 아주 큰 솥에 해야 한다. 아니면 용암처럼 흘러넘친다.
뽈렌따는 2명 기준이면 물 컵 한 컵의 양 정도가 적당하다. 둘 다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뽈렌타는 밥 같은 역할이기 때문에 부수적인 요리가 필요한데 우리는 이날 토마토소스 흰 살 생선 오븐 요리를 했다. 물론 실바나가 없는 관계로 미리 요리된 제품을 데워서 요리했다.
물이 어느 정도 끓으면 뽈렌따 가루를 넣고 젓기 시작한다. 정말 자주 많이 열심히 저어야 하는데 빨리 마구 젓는 게 아니라 천천히 한 방향으로 눌어붙지 않게 젓는다.
귀도가 어렸을 때는 매일 같이 뽈렌따를 먹었다고 했다. 지금처럼 동그란 냄비가 아니라 아주 깊고 큰 냄비를 썼단다. 냄비가 아주 커서 둥글둥글 저을 수 없었기 때문에 큰 주걱으로 퍼올리듯이 저어줬었다고 했다.
보릿고개 시절을 지나 이제는 먹고 살 걱정이 없어지면서 탄수화물인 옥수숫 가루로 만든 폴렌타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특히 우리 집에서도 열혈 다이어터인 실바나 (주방 실세)의 영향으로 탄수화물 덩어리인 폴렌타를 구경 못한 지가 오래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뽈렌타가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면 중불로 낮추고 계속 이제 저어주는 일만 남았다. 보통 한 40분 정도가 소요된다. 뽈렌따가 다 요리되었는지 어떻게 아냐고? 농도가 걸쭉해진 뽈렌타를 국자로 저을 때 냄비에서 아주 깔끔하게 뚝뚝 떨어지기 시작한다면 거의 다 익었다는 뜻이다. 이제, 버터를 한 마디 정도 잘라서 냄비에 넣고 저어준 다음에 불을 끄고 뚜껑을 덮어 뜸을 들인다. 한 10분 정도 뜸 들이기를 한 후에 되직하게 요리된 뽈렌따를 사진에서처럼 접시에 옮겨 담고 식기를 기다린다.
금방 식은 뽈렌따는 빵처럼 부드럽게 쓱쓱 잘라서 그릇에 덜어 먹는다. 뽈렌따와 곁들여 버섯, 치즈, 라구 소스 등등 모든 요리들이 전부 잘 어울린다. 씹으면 씹을수록 구수한 맛이다.
우리는 이날 토마토소스 흰 살 생선과 곁들여 먹었다. 귀도가 아주 행복해했다. 덕분에 우리도.
Buon appeti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