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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아트리체 Jun 30. 2021

Gibraltar에서 결혼

제3 국에서 결혼을준비하게 될 줄이야.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서 사실 별 생각이 없었다. 비행기에서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사건의 요약은 이렇다. 

1. 남자 친구와 함께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2. 자고 있는데 어떤 손이 내 허벅지와 엉덩이를 마구 쓰다듬고 있었다. 

3. 내 손은 여기 있고 옆에 앉은 남자 친구의 손도 확인했는데 내 허벅지를 만지고 있는 저 다섯 번째 손은 뭐지?

4. 승무원에게 알리고 난 후 모든 일을 처리할 동안 외국인인 데다 가족도 아닌 [그냥] 남자 친구는 내 옆에 있을 기회가 없었다.


목소리를 덜덜 떨면서 훈계 아닌 훈계를 하며 쎈 척도 했다.


아마 한국인 남자 친구라면 옆에서 끼어들 틈이 있었겠지만 이런 일을 당해보니 남자 친구는 정말 그냥 남이지 나의 법적 보호자가 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이후 결혼을 하기로 결심했다. 둘 다 연구원이라 계약직으로 2년 혹은 3년씩 연장하고 있었지만 2020년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한 덕에 결혼을 하기로 약속했다. 결혼식은커녕 결혼 조차 복잡하다는 것은 간과한 체 결혼식은 안 하겠다며 땡깡을 부리고 있었다. 




유럽인인 남자 친구의 서류는 간단히 한 장으로 족했지만 나의 경우 준비할 서류가 만만치 않았다. 원한 건 아니었지만 어떻게 하다 보니 유럽의 이곳저곳에서 오랫동안 살았었고 결혼을 위해서는 이 모든 나라들에서 내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가장 최근에 오랫동안 거주한 스페인에서의 서류만 확인하면 되겠다고 해서 안도했다. 너무 이르게 안도한 탓일까. 스페인에서 외국인인 내가 결혼하지 않았다는 서류를 구하는 것이 별따기만큼 어려웠다. 스페인 자국민한테만 발급이 가능하단다. 스페인에서는 한국인이라 서류를 줄 수없다고 하고 네덜란드에서는 거주민인데 왜 서류를 못 받아오냐고 의심하고 나는 황희 정승이 되어 두 분의 말씀이 모두 옳지만 두 쪽에 모두 이해를 구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족히 8개월의 대치 끝에 영국에 사는 이스라엘 친구로부터 꿀팁을 전수받았다. 

                                                   "지브라타로 가...." 

알고 보니 이스라엘 출신의 그 친구도 영국에서 스페인 남편과 결혼을 준비하며 서류에 허덕이다 지브라타로 가서 쉽고 수월하게 결혼을 했다는 것이다. 아니 이건 솔깃한 정도가 아니라 구원받은 것처럼 느껴졌다. 


알고 보니 비틀스의 존 레넌과 요코 오노도 지바라타에서 결혼했단다. 

그래 우리가 존 레넌, 요코 오노는 아니지만 제3국으로 가보자! 제발 나 좀 유부녀가 되게 해 줘요!


결혼의 증인 포함 총 4명. 총 8개월간의 지긋지긋한 서류들을 끝내고 지브라타로 가게 될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헤이그에 신청을 해 놓았지만 여차하면 모든 서류를 들고 비행기 탈 각오가 되어있다. 증인들은 지브라타 맛집이 어딘지 찾아보고 있단다. 

거참 결혼하기 되게 힘드네. 어렵게 결혼하니 우리, 잘살자!

source :https://www.hourwedding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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