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인과 한국인이 네덜란드에서 결혼하는 법
그렇다. 우리는 네덜란드에 사는 외국인이다.
이탈리아에서 온 네덜란드 거주민 승태와 한국에서 온 스페인 거주민인 내가 네덜란드에서 결혼을 하는 동안은 수많은 고비들이 있었다. 무려 이 한 문장에만 4개의 국가가 포함된다. 즉, 수많은 서류들이 이 국가들 사이를 오고 가야 한다는 뜻이다. 코로나 때문에 시청이 문 닫은 약 6개월의 시간을 포함하고 모든 서류들을 준비하는데만 꼬박 1년의 시간이 걸렸다.
아무튼 이런 모든 서류를 드디더 제출하고 마침내 시청으로부터 결혼식 날짜를 예약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끼얏호! 아니 그 많은 서류를 해내다니 정말 대단하다! 둘이 똘똘 뭉쳐서 고비들을 하나씩 해결해 가면서 어떤 끈끈한 동지애를 느꼈다. 우리 결혼해도 되겠다.
네덜란드에서는 결혼 지원서를 신청하면서 미혼 증명서, 가족 증명서 등을 제출한다. 개인의 정보가 시청 시스템에 등록이 되고 모든 서류가 결혼할 조건에 부합하면 결혼을 해도 된다는 승인이 된다. 이제부터가 결혼 준비 2차전이 시작된다.
네덜란드에서는 3가지 종류의 결혼식이 있다. 먼저 무료 결혼식. 시청에서 10분간 진행되며 모든 비용은 무료이다. 다만, 무료인 만큼 1년 동안 기다려야 한다. 두 번째로는 간단 결혼식 시청에서 10분간 진행되는 무료 결혼식과 같지만 20만 원 정도로 6개월 정도 기다려야 한다. 세 번째는 일반 결혼식. 시청에서 약 45분간 진행되며 공식 결혼 사무관이 주례를 본다. 홈페이지에 여러 결혼 사무관들이 소개되어있다. 한분씩 소개서를 보고 고를 수 있다. 장소 또한 본 시청이 있고 옛 건물 시청이 있고 현대식 시청이 있어 원하는 곳으로 고를 수 있다. 이 시청 결혼식은 1개월 정도 뒤로 예약할 수 있다. 장소와 시간에 따라 그 가격이 다르다. 옛 건물이고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가 가장 비싼데 50만 원에서 200만 원까지 다양하다. 시청이 아닐 경우에는 시청에서 공식적으로 지정된 호텔, 식당, 바에서 결혼식을 진행할 수 도 있다.
결혼 사무관님도 사진으로 봤을 때 가장 밝아 보이는 분으로 선택했다. 홈페이지에 다양한 사진과 함께 어떤 주례를 선호하는지 등 자기소개서가 자세히 적혀있다. 우리가 선택한 사무관님은 사전 만남을 통해 더 개인적인 스토리가 있는 주례를 하고 있다고 적혀있어서 더 마음이 갔다.
(https://www.denhaag.nl/nl/trouwen-en-geregistreerd-partnerschap/trouwambtenaren.htm)
안타깝게도 코로나 때문에 승태의 부모님이나 우리 부모님은 참석하지 못한다. 결혼하러 가면서 옆구리에 컴퓨터 하나씩 끼고 가야 한다. 줌 미팅으로 생중계되는 결혼식이라니. 사실 코로나가 아니라도 이렇게 급하게 결혼을 준비하면서 양쪽 부모님들까지 신경 쓸 여력과 체력이 없을 것 같아 이렇게 된 것이 조금은 다행이기도 하다. 다행히 두 부모님들 모두 섭섭해하지 않으셔서 마음이 훨씬 가볍다. 결혼이 뭘까하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서류 준비며 결혼식 예약이 휘몰아쳤다. 이런 형식적인 것을 마무리하고 같이 우리가 바라는 결혼에 대해 고민해 보기로 했다. 이제 정말 결혼을 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