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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마워숲 Dec 16. 2022

비건은 적어도 내 의지대로 가능지 않을까

 먹고 사는  자체가 쓰레기를 만들어 내는 일이었다. 프로듀스백을 챙겨 마트에 갔지만 야채는 온통 이미 비닐에 쌓여 있고, 과일은 플라스틱통에, 스티로폼에 들어 있었다. 파프리카나 브로콜리, 단호박, 감자, 당근 정도는 비닐에 쌓여있지 않고 쌓아놓은 것을 비닐에 담아가게 비닐을 준비해놓은 경우가 있었다. 브로콜리나 파프리카 같은 경우는 굳이 비닐에 담을 필요 없으니, 바로 카트에 옮겨 담았지만, 대부분의 채소들은 내가 어쩌지 못하는 상태였다. 견과류를 무게를 달아 판매하는 매장에서 아몬드를 프로듀스백에 담아달라고 하자, 식품위생법을 운운하며 난색을 표하더니 그냥 비닐에 담아 무게  가격이 출력된 스티커를 비닐에 붙여주었다. 기본적인 쌀과 양념 등도 모두 비닐이나 플라스틱통에 담겨 있다. 일주일 동안 불어나는 비닐의 양은 속수무책이었고, 플라스틱 또한 만만치 않게 불어났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늘어났다. 먹는 것만 샀을 뿐인데도 말이다.


 육류 섭취를 줄이는 것이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어떤 다른 것을 줄이는 것보다 큰 효과가 있다는 내용을 접했다. 쓰레기를 줄이는 것은 내 의지만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채식이라면 왠지 가능할 것 같았다. 먹는 것을 선택 하는 일은 내 의지로 가능 할 것 같았다. 완벽한 비건 1명 보다, 불완전한 비건 10명이 환경에는 더욱 도움이 된다는 얘기를 듣고 나니 더욱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채식에 대한 공부를 하고, 채식습관이 가져올 수 있을지도 모르는 결핍에 대해서도 공부했다. 다큐멘터리도 보고 책도 읽었다. 내가 다큐멘터리에서 본 내용 중 인상적이었던 부분이다. 운동 선수 4명에게 각각 다른 부리또를 먹게 한 뒤, 한 시간 뒤에 체혈한 혈액을 살펴보는 거였다. 소고기가 들어간 부리또, 돼지고기가 들어간 부리또, 닭고기가 들어간 부리또, 채소로만 만든 부리또 이렇게 4가지의 부리또를 각각의 다른 선수들에게 먹인 결과는 어땠을까? 4가지 부리또의 결과는 2가지로 다르게 나왔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가 들어간 부리또를 먹은 선수의 혈액은 마치 푸딩이나 젤리처럼 진득한 혈액이었다. 그리고 채소로만 만든 부리또를 먹은 선수의 혈액은 물처럼 찰랑 거렸다. 그리고 이어진 설명은 운동선수들이 기량이 늘어나게 되는 원리였다. 운동을 하면 근육에 손상이 생기는데 그 손상이 회복되면서 근육이 더욱 발달하게 되는 것이라는 것. 그런데 손상 회복은 혈액이 얼마나 빨리 비타민 등의 영양분을 근육에 전달하느냐에 달린 것이다. 찰랑거리는 혈액이 빨리 움직일지, 푸딩같은 혈액이 빨리 움직일지는 굳이 혈관 속을 들여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몇 일을 채식에 대해 공부하면서 조금씩 육류를 줄였다. 방탄커피를 끊었고, 처음에는 가장 메탄가스의 배출이 많은 소고기와 그 다음으로 많은 돼지 고기만 먹지 않았다. 자주는 아니었지만 닭고기나 오리고기는 먹기도 했었다. 채식을 시작하고 1년쯤 지났을까? 닭고기를 먹게되었는데 닭의 냄새가  좀 불편했다. 양념을 했고, 여러가지 채소와 같이 먹는 거였는데도 닭의 냄새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그 뒤로는 모든 육류를 먹지 않고 있다. 내가 먹지 않고자 하면 누구도 나에게 먹으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덕분에 나는 내 의지대로 환경을 위한 실천을 할 수있다. 먹지 않다보니, 동물권이 보였다. 먹을 것으로 보지 않으니, 하나의 생명이었다. 우리집에서 왔다 갔다, 내 무릎에 올라오는 우리집의 고양이들처럼, 소도, 돼지도, 닭도, 오리도, 귀여운 양도 모두 생명이었다. 공장식 축산업을 통한 소, 돼지만 피하면 되는 문제 일까? 너른 대지에서 푸르른 풀을 뜯어먹고, 스트레스없이 자란 소, 돼지, 닭은 먹어도 되는 생명인가?


어느 베지테리언 음식을 파는 카페에는 이런 포스터가 있었다.


I'm a hen. Not chicken.

I'm a pig. Not pork.

I'm a cow. Not beef.



어떤 이름으로 그들을 불러야 할까?

어떤 이름으로 이 생명들을 부를지는 내 의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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